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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이동준! 스포츠의 열정적 이미지에 감성충만 장착한 남자 아나운서

발행일 : 2017-06-03 06:50:18

이동준은 SBS골프의 아나운서이자 스포츠 캐스터였다. 스포츠 캐스터로 10년간 매진한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열정이 가득한 스포츠 중계에 감성충만한 이야기를 녹여냈던 그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 꿈이 그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기대가 된다.

직접 만나본 이동준 아나운서는 디테일이 무척 강한 섬세하고 배려심 높은 사람이었다. 아티스트 같은 성향을 지닌 그의 새로운 10년은 어떤 열정의 그림으로 채워질지 만나보기도 하자.

대학시절부터 틈만 나면 밴드 활동을 했다. ‘광합성 고양이’라는 밴드 보컬 활동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대학시절부터 틈만 나면 밴드 활동을 했다. ‘광합성 고양이’라는 밴드 보컬 활동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이하 이동준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 목소리로 친숙한 이동준 아나운서, 그가 궁금하다

- 이동준 아나운서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포츠 캐스터이고, 그동안 SBS스포츠와 SBS골프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캐스터의 특성상 주로 목소리로 일하다보니 제 목소리를 들으면 혹시 기억하시더라도 얼굴과 이름은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겁니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다가 “들어갔습니다”같은 문장을 외칠 때는 갑자기 강해지기도 하죠.

- 스포츠 중계를 하더라도 화면에 나오지 않나요?
네, 나오죠... 예를 들어 골프 중계라고 치면 총 5시간 중에 오프닝 때 1분, 클로징 때 1분 정도. 부지런하시지 않으면, 좀처럼 화면에서 저를 보실 수 없습니다.

역사적인, 봅슬레이 월드컵 첫 금메달 생중계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역사적인, 봅슬레이 월드컵 첫 금메달 생중계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 프리 선언, 그가 하고 싶은 일은?

- SBS스포츠에서 퇴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프리 선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주변분들도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프리 선언’이라고 하니까 무언가 거창한 거 같네요. 제가 유명한 아나운서도 아니고(웃음). SBS에서 행복하게 스포츠 중계를 했는데, 제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저 스스로 일어나 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 회사를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셨나요?
방송을 통해서든 아니든, 제 역량이 닫는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에 대학교 특강이 하나 잡혀 있는데, 그런 것들은 방송 이외의 것일 수 있겠네요. 스포츠 캐스터로서 10년간 일했고, 앞으로도 캐스터 일을 많이 하고 싶지만, 그 외에도 기회가 주어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10년이면 스포츠 캐스터로서 베테랑이시잖아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분야야말로 굉장히 오랜 숙성이 필요하고, 또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죠.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알 마이클스나, 짐 낸츠 같은 분들, 머리 희끗 희끗하신 분들의 깊이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전체적인 것도 표현하면서 디테일에 얼마나 강한지, 섬세한 감성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를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처음으로 농구 월드컵 진출을 이뤘을 생중계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한국이 처음으로 농구 월드컵 진출을 이뤘을 생중계 당시. 사진=이동준 제공>

◇ 역동적인 스포츠 아나운서, 그가 말하는 디테일과 감성

- 제가 이동준 아나운서님과 몇 마디 나눠 본 느낌은 ‘섬세하다. 디테일에 강하다’입니다. 다정다감한 이미지가 전달되는데, 실제는 어떠신가요?
제가 그런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제 아내가 들으면 억울해할 겁니다. 여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방송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제 인생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웃음) 섬세한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한 인터뷰가 있었는데, 한 탈북 시인이 “북한에서는 얼마나 가난했나요?”라는 질문에 “배가 엄청 고팠습니다, 며칠이나 굶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표현하더라구요. “씨 하나를 두고, 먹을까 심을까 고민했습니다”. 정말 울컥했습니다. 저는 이런 감성들을 많이 배우고 또 표현하려 합니다.

- 스포츠 중계를 주로 하셨는데 여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어떤 면에서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여심을 알고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 평상시에 특별히 노력하는 면이 있으신가요?
제가 그동안 했던 방송 대부분은 남성 시청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방송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편지나 메일을 받을 때는 여성들의 비율이 높았어요. 그래서 역시 “충성도는 여성들의 몫이구나” 생각했어요. 특별히 여심을 위해 하는 활동이라... 아내랑 영화를 정말 자주 봅니다. 그런데 조용히 집중하면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계속 말을 하면서 봅니다. “재 진짜 저기서 어떻게 저렇게 나쁜 짓을 하지?”, “오빠, 남자는 저런 게 멋있는 거야” 이게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추억이 된 NBA생중계 방송시 . 사진=이동준 제공 <추억이 된 NBA생중계 방송시 . 사진=이동준 제공>

- 잘 생긴 남편이랑 같이 영화, 드라마 보는 아내 분은 행복하시겠어요.
아내의 가장 큰 장점이, 저를 잘 생겼다고 계속 이야기해 줍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 “제가 진짜 잘 생긴 게 아닌가”라는 착각도 듭니다. 역시 아내는 위대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아이를 볼 때 항상 잘 생겼다고 말하는 것 같군요.

- 스포츠의 열정에 디테일과 감성이라... 복잡한 성격이신 건 아니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했던 이미지랑 조금 다른 거죠. 예를 들어 이런 얘기 진짜 많이 들었어요. ‘서울 출신에, 여자 형제들 많을 것 같고, 문과를 나왔고, 연세대 스타일’ 저는 그 반대입니다(웃음). 부산 출신에, 남자 형제에, 이과 출신, 고대생이었습니다.

- 서울 출신 아니셨나요?
네, 부산에서 태어나서 19년 살았고, 이공대 컴퓨터학과 나왔습니다. 실제로 통신회사에서도 근무했습니다.

방송 중에 여유가 나서 한 컷. 사진=이동준 제공 <방송 중에 여유가 나서 한 컷. 사진=이동준 제공>

◇ 대기업을 다니며 꿈꾼 아나운서, 우연히 알게 된 스포츠 중계의 매력

- 기업을 다니다가 아나운서를 지원하신 것도 독특하군요. 어떻게 아나운서가 되신 건가요?
사실은 제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모 방송사 라디오 DJ시험을 몰래 보러 갔다가 떨어진 후에 이거 매력 있겠다! 싶어서 아나운서 준비를 해 본 거죠. 그때가 스물 여덟이었는데, 운이 좋았죠. SBS스포츠에 참 고맙죠.

- 라디오DJ라... 원래 꿈이 스포츠 캐스터는 아니셨나요?
아나운서 시험 준비 하던 도중에 우연치 않게 선배인 ‘김동연 캐스터’께서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일을 소개해 주셨고... 완전히 빠졌죠.

- 스포츠 중계에 매력을 느끼신 거네요.
완전히요. 완전히(흥분). 몰입의 경지가 어떤 건지도 느꼈고, “평생 이 일만 하고 살아도 행복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일이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인 것도 느꼈지만요. 사람들이 왜 ‘골프’를 사랑하겠습니까? 쉬우면 그렇지 않죠. 어렵기 때문에 더 정복하고 싶죠.

한동안 아빠가 화면에 나오면 예종이가 아빠를 때리는 버릇이 있었다. 사진=이동준 제공 <한동안 아빠가 화면에 나오면 예종이가 아빠를 때리는 버릇이 있었다. 사진=이동준 제공>

- 안 해 본 중계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 중계를 많이 하셨죠?
네. 우리나라 캐스터 중에 미국에서 펼쳐지는 중계를 다 해 본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 PGA투어, NBA, NHL, NFL, MLB 모두 한동안 맡아서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를 유학파 아니냐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저는 미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하하).

-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신 거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순수하게 스포츠를 사랑한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든 없든, 이 스포츠를 하면 내가 유명해지는지 아닌지는 크게 관심 없이, 중계를 하다보면 그 스포츠만의 매력이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즐겁게 방송했던 것 같습니다.

- 주요 인기 종목을 하겠다는 욕심도 생겼을 것 같은데요.
있었죠. NBA처럼 제가 중계하던 콘텐츠가 다른 회사로 넘어갈 때(웃음).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마니아들과의 소통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폴 발레리라는 시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천 명의 독자가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명의 독자가 천 번 읽는 시를 쓰고 싶다”라고. 저는 진심으로 그 종목들을 사랑했습니다.

예종이 돌 사진이었는데, 우는 것도 참 귀여웠다. 사진=이동준 제공 <예종이 돌 사진이었는데, 우는 것도 참 귀여웠다. 사진=이동준 제공>

◇ 목소리가 달콤한 이동준, 라디오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 목소리가 굉장히 달콤하신데, 만약 지금 라디오DJ 섭외가 들어온다면 하실 건가요?
왜 안합니까?(하하). 프리랜서라면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제가 얼마나 라디오를 사랑하는데요.

- 제가 괜한 질문을 했군요. 모든 것에 열려 있으신 것 같은데, 프리랜서가 되시면서 좋은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제 아내도 방송 계통의 일을 하니까, 같이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고... 공동 MC처럼, 또 같이 일할 기회도 우연히 생기기도 하구요. 아, 제 아들도 CF경험이 있습니다. 사진 보여드릴게요.

재방송이었는데, 아빠가 옆에 있음에도 화면으로 달려갔던 예종이. 사진=이동준 제공 <재방송이었는데, 아빠가 옆에 있음에도 화면으로 달려갔던 예종이. 사진=이동준 제공>

◇ 이동준에게 가족의 의미는?

- 아들이 벌써 CF를 찍었나요?
네, 2살 때 공익 광고에 나왔습니다. 지금은 5살 이고요(하하).

- 5살이면, 지금 어린이집에 있을 나이 아닌가요?
네, 그렇죠... 요즘 말이 많이 늘어서 굉장히 귀엽습니다.

- 아들자랑하면 끝이 없어질 것 같아서 그만하구요.
아쉽네요...(웃음) 한마디만 더 하자면. 아직 기획단계긴 한데, 저희 가족이 모두 출연하는 CF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 부부 스포츠 아나운서 1호 타이틀이 있는 걸로 아는데, 같은 직업을 가져서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 점은... 끊임없이 서로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나쁜 점은... 끊임없이 서로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 인 것 같네요(웃음). 제 후배들이 제 아내랑 너무 친하면 괜히 신경 쓰입니다. 제가 무언가 잘못하면 아내한테 이를까봐.

-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 말씀해주세요.
글쎄요, 사람들은 꿈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job에 대해서 묻습니다. 저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방송인, 좋은 한국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job을 하더라도 그 꿈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변하는 게 있고, 변하지 않는 게 있는데,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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