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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화화-반려·교감’(2) 하나의 작품 안에 종합예술을 담은 정우재 작가

발행일 : 2017-05-27 11:08:54

‘화화-반려·교감(畵畵-伴侶.交感)’이 세종문화회관의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로 5월 16일부터 7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1,2관에서 전시 중이다. 정우재 작가는 마치 사진을 변형해 그림 같은 효과를 낸 것처럼 정교하게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림의 일부분은 극사실주의로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컴퓨터 그래픽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적인 느낌과 이미지적 변형을 연상하는 정우재 작가의 작품은 사람과 동물이 ‘반려’하며 ‘교감’하는 시대 뉘앙스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 안에 종합예술이 들어있다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Bright Place-Walking on time, 캔버스에 유채, 97.0x193.9cm, 2016’

‘Bright Place-Walking on time, 캔버스에 유채, 97.0x193.9cm, 2016’(이하 ‘Bright Place-Walking on time’)를 처음 보면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을 유발할 정도로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속 근경에 있는 두 마리의 개는 극사실주의 작품처럼 털의 생동감, 눈빛의 애절함을 나타내고 있고, 원경에 있는 배경은 햇빛을 받아 눈부신 것처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Bright Place-Walking on time, 캔버스에 유채, 97.0x193.9cm, 20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Bright Place-Walking on time, 캔버스에 유채, 97.0x193.9cm, 20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두 마리의 개 각각의 코에 한 발씩 올리고 있는 소녀는 마치 소인국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크기의 변형 또는 왜곡이 있다. 개와 인간의 크기가 현저하게 바뀌면서 두 마리의 개는 무서운 존재처럼 인식될 수도 있는데, 개의 눈빛은 영화에서 ‘미녀와 야수’, ‘킹콩’에서의 관계를 연상할 수 있도록 애절하면서도 포용적이다.

2D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하면서 동물의 털은 무척 정교하게 표현하고, 입체감과 현실감을 줘 등장인물과 배경의 분리를 줄이기 위해 원경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윤곽을 흐리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Bright Place-Walking on time’도 그런 효과를 연상하게 만든다.

‘Bright Place-Walking on time’에서 소녀를 빼고 개 두 마리만 바라보면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애절한 눈빛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의 애절한 마음은 환한 장소에서 시간을 멈추게 했을 수도 있고, 그 멈춘 시간 위에서 겸손하게 작아진 소녀는 그들을 이어주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 ‘Bright Place-Walking on time’는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합예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 ‘Gleaming-Touch the blue, 캔버스에 유채, 91.0x162.2cm, 2014’

‘Gleaming-Touch the blue, 캔버스에 유채, 91.0x162.2cm, 2014’(이하 ‘Gleaming-Touch the blue’)에는 여러 가지 세계가 공존한다. 원형 유리 천정 뒤 수족관의 세계, 수족관 안을 바라보는 소녀가 있는 세계, 그리고 소녀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지만 차원이 다른 곳에 있어서 겹쳐서 보이는 커다란 개의 세계가 있을 수 있다.

Gleaming-Touch the blue, 캔버스에 유채, 91.0x162.2cm, 2014. 사진=세종문화회관제공 <Gleaming-Touch the blue, 캔버스에 유채, 91.0x162.2cm, 2014. 사진=세종문화회관제공>

‘Gleaming-Touch the blue’는 구도의 독특함도 가지고 있는데, 구조물의 형태로 보면 원경의 작은 원에서 앞쪽으로 발산하는 구도라고 기본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색감을 위주로 보면 그림 왼쪽 밑에서 그림 오른쪽 위로 그러데이션(gradation)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림 왼쪽 밑은 진하게 하고 오른쪽 위로 갈수록 흐리게 해 점층적으로 밝음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고, 점강적으로 진한 색감을 줄였다고 볼 수도 있다.

‘Gleaming-Touch the blue’ 또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녀와 개가 바라보는 위치는 수족관의 왼쪽인데 개가 바라보는 곳은 그림 속에 명확하게 나타나있지는 않다. 소녀와 개는 서로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우재 작가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그림으로만 상상하면 작가는 작품 하나를 만들 때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 아닌 다른 종류의 작품에서 작가는 어떤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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