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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1) 손열음의 음악적 광기와 도발 속으로

발행일 : 2017-05-26 02:11:09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하 ‘라프필’)이 5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부산, 통영, 대전 공연을 거쳐 한국에서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본지는 ‘라프필’에 대해 2회에 걸려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시간에는 손열음의 음악적 광기와 도발이 어떤 예술적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살펴볼 예정이고, 이어서 지휘자 미코 프랑크의 이색적인 움직임을 통한 인상적인 지휘를 다룰 예정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귀여운 손열음의 시대는 가고, 도발적이고 섹시한 광기를 품은 손열음의 시대가 오다

‘라프필’의 두 번째 연주곡인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했다. ‘피아노 협주곡 F장조’는 타악 리듬으로 박진감 있게 시작했는데, 마치 서부영화나 SF영화의 도입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손열음은 곡의 마지막 음이 아닌 연주에서도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단순한 무대매너이거나 혹은 쇼맨십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점점 쌓아가던 감정선을 순간 폭발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연주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서 이런 모습을 살짝 펼쳤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손열음의 의상은 앞모습은 검은색의 클래식한 드레스였지만, 뒷모습은 핑크색의 다소 도발적인 반전 드레스였다. 이제 귀여운 손열음의 시대는 가고, 도발적이며 섹시한 광기를 표출하는 손열음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손열음은 2016년 2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Modern Times’에서 열 번의 앙코르 연주를 통해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는데, 매번 새로움을 시도하는 손열음의 도전정신은 그녀를 지속적으로 전진하게 만든다고 생각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손열음이 연주한 악기가 피아노가 아니라 바이올린이었다면? 손열음이 연주자가 아닌 연기도 하는 성악가였다면?

연주 도중에도 광기를 작게 발산하며 완급조절을 하는 손열음으로 보면서, 만약 그녀가 피아노 연주자가 아닌 바이올린과 같이 들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의 연주자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바이올리니스트 손열음은 어떤 전자바이올리니스트보다 더욱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연주했을 것이다.

만약 손열음이 성악가였으면 어땠을까? 내면에 쌓인 열정과 에너지는 음악적으로도 표출됐겠지만, 광기 어린 연기로도 각광받았을 것이다. 손열음이 오페라 무대에 프리마돈나로 서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것도 무척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지휘자의 기본적인 조건은 피아노 연주 실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피아니스트 출신의 지휘자, 피아노를 협연으로 연주할 수 있는 지휘자도 많다. 바로크 오페라의 경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피아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쳄발로를 직접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만약 손열음이 지휘자라면 어떨까? 지휘자는 음악감독 또는 음악코치의 역할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손열음이 해석한 새로운 버전의 음악을 우리는 신선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관객들이 요구하는 손열음의 정열이 표출된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제3악장

‘라프필’에서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연주할 때 손열음의 역동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악장 사이에도 박수를 치게 만들었는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손열음의 고개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제3악장은 특히 음 하나하나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손열음의 열정과 광기가 살아 움직인 시간이었다. 손열음이 한 손으로 연주할 때는 마치, 무용에서 손과 팔, 몸통, 다리를 따로따로 움직이는 아이솔레이션처럼 한 손만 별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손열음의 의상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손열음의 자세를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했는데, 허리라인의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연주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손과 팔이 날아다니며 연주할 때도 기준축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는 뜻인데, 커플댄스를 출 때 남녀가 기본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처럼 손열음은 피아노와의 기본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스베틀린 루세브를 돋보이게 만든, 손열음의 앙코르곡

손열음의 앙코르곡은 거슈윈의 ‘프렐류드’ 제1번이었다. 손열음은 2015년에 예술의전당에서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악장인 스베틀린 루세브와 듀오로 공연을 했었는데, 이번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다시 우리나라를 찾은 루세브와 앙코르곡을 듀오로 연주했다.

이 앙코르 연주는 마치 루세브가 앙코르곡의 주인공인 것처럼 느끼게 했는데, 손열음의 자신감과 배려심이 강하게 전달된 시간이었다. 손열음이 루세브를 안내하면서 퇴장하는 모습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라프필’은 4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반가운 시간이면서, 우리나라에 손열음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깨닫게 만든 시간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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