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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목소리의 형태’ 애니메이션 이전에 자기 고백서, 일기, 반성문 같은 이야기

발행일 : 2017-05-24 00:07:11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목소리의 형태(A Silent Voice : The Movie)’는 따분한 게 질색인 아이인 이시다 쇼야의 학교에 전학생 니시미야 쇼코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쇼코는 쇼야의 괴롭힘에 전학을 갔고, 6년이 지난 후 쇼야는 쇼코를 찾아간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 애니메이션 이전에 자기 고백서, 일기, 반성문 같은 이야기

‘목소리의 형태’에 몰입해 있으면 애니메이션 이전에 자기 고백서나 일기 또는 반성문같이 느껴진다. 더 많은 것이 담겨있지만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빈 공간을 스스로 채우면서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목소리의 형태’는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전학생 쇼코가 직면한 왕따 이야기이다. 왕따, 이지매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 쇼코에게 직접적으로 가한 괴롭힘도 있지만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점은 애니메이션을 내면에 대한 자기 고백서처럼 느끼게 만든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 감성을 표현한 2D 애니메이션, 기술력과 의도가 돋보인 3D 효과

‘목소리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2D 애니메이션인데 등장인물의 눈빛은 3D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눈동자 안에 비친 모습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면은 3D 애니메이션에서도 고급 효과에 속한다.

작품 자체를 2D 애니메이션으로 선택했으면서 눈동자에만 유독 이런 효과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 관람하지 않는 관객들은 이런 표현이 됐다는 것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감독은 눈이 말할 수 있는 힘, 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가졌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까지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볼 수 있고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 잘못을 반성하는 무릎 꿇기, 우리에게는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

‘목소리의 형태’는 옛날에 잘못했던 것을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주는데, 잘못을 반성할 때 무릎을 자연스럽게 꿇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적인 정서라고 볼 수도 있고, ‘목소리의 형태’의 정서라고도 볼 수 있는 이런 장면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은 멈칫할 수도 있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쇼코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나도 너 같은 상처가 있다”라고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내면 변화에 따라 다른 사람의 얼굴에 있던 ‘X’표가 없어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도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누군가를 향해 ‘X’표를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마음속의 ‘X’표를 없앨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목소리의 형태’는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 긴 호흡의 TV판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생략된 감성, 더 느끼며 알고 싶은 아쉬움

‘목소리의 형태’는 정말 많은 감성이 함축돼 전개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이 작품이 긴 호흡의 TV판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입소문으로 인해 역주행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작품의 디테일에서 보이는 일본적 정서 또한 긴 호흡으로 자세히 공감하며 풀어낼 경우 인간 본연의 공통적이면서 보편적인 마음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제작사 제공>

‘목소리의 형태’에서 생략된 것으로 보이는 감성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와 시간이 제공됐으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크게 흥행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관객은 전 세계 어떤 관객들보다 감수성이 강하고 감정선을 이어가는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목소리의 형태’와 같은 정서가 우리나라 작품에서 나타난다면 실사영화를 뛰어넘는 엄청난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눈물 흘리며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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