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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2) 마녀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애정의 루프

발행일 : 2017-05-15 14:25:17

◇ 마녀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ORLANDO FINTO PAZZO)’에서 에르실라(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 분)는 악의 세계를 대표하는 사악하고 강력한 마녀이다. 크리스트교 기사들을 영원히 증오할 것을 맹세했고, 아름다운 만큼 냉혹하다.

오페라는 악의 세계와 선의 세계 두 축으로 나뉘어있는데, 악의 세계의 최고봉인 마녀 에르실라가 매력적일 때 선악의 대결에 관객들은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선악구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특히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마음이 선악을 넘나들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서정성이 강한 바로크 오페라이고, 베이스바리톤, 카운터테너, 메조소프라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라노가 맡은 고음 아리아는 에르실라의 매력과 더해져 오페라를 시원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 사랑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람들, 선악도 사랑 앞에서 그냥 작은 걸림돌일 수도 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사랑에 적극적인데 특히 여자 캐릭터들이 사랑과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를란도(베이스바리톤 우경식 분)를 좋아하는 에르실라는 오를란도가 자신의 적인지도 모르고 빠져들어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티그린다 역 메조소프라노 오주영은 아리아 실력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아르질리노(카운터테너 이동규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르질리노를 조정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르질리노(카운터테너 이동규 분)는 여장한 그리포네(카운터테너 정시만 분)를 여자로 알고 있었는데, 오페라 속에서 카운터테너가 다른 카운터테너를 여자로 착각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영웅들의 이야기인데 사랑과 애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에게는 사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선악 자체로 사랑 앞에서는 그냥 작은 걸림돌처럼 생각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기 위해서는 여장, 남장도 서슴지 않는 모습은 인생 첫사랑에 불타오르는 청소년의 질주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 애정의 루프, 사랑의 방향이 일방향인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하지 않은 오페라를 볼 때 예습을 해야 할까? 깨끗한 상태에서 공연 자체를 봐야만 할까?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사항이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애정관계를 예습하면 정말 어렵게 얽혀있는 관계처럼 생각되는데, 실제 공연을 보면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사랑의 작대기는 애정의 루프처럼 이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르다. 대부분 바라보는 사랑을 하기 때문에 모두 다 안타까운 사랑이고, 오페라가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애정을 향유하는 커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애정의 루프는 선악을 이어준다. 선악의 경계를 허물고 경계를 넘나드는데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애정은 나와 다른 부류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가 영화였으면, 아니 드라마였으면 애정의 연결선은 더욱 복잡해졌을 수도 있다. 대사로 상황을 전개하는 장르와 노래로 상황을 전개하는 장르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같은 소재일지라도 장르적 적용에 따라 다른 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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