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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 다시는 느끼지 못할, 이번 생에 마지막인 절절한 사랑

발행일 : 2017-04-28 09:01:59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4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유)매디슨카운티의다리 주최, ㈜쇼노트, ㈜프레인글로벌 기획/제작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소설과 스크린을 거쳐 무대 공연으로,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공연되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로비에서는 “너와 나 오지 않을 순간, 또다시 오지 않을 순간, 너와 나 놓칠 수는 없어” 등 뮤지컬 속에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을 만날 수 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는 흥미롭게 보이던 문구들이, 공연 후에는 절절한 감동으로 다시 소급해 밀물처럼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지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2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로비. 사진=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로비. 사진=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렬하고 시린 사랑, 공연의 디테일로 표현된 감성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무대 틀과 내부, 그리고 관객석도 목재적 느낌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목재가 주는 따뜻한 느낌은, 화려한 총천연색 사랑이 아닌 잔잔하면서도 포근하고 감성적인 사랑을 떠오르게 만든다.

무대 맨 위 ‘The Bridge of Madison County’라는 팻말에 공연 전까지 조명이 비쳤고 공연이 시작된 후 조명이 꺼졌는데, 어떤 한 지역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느낌을 줬다. 뮤지컬 시작 부분의 영상도 비슷한 뉘앙스를 만들었는데,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사진가 로버트 킨케이드(박은태 분)가 찾아간 지역에 관객들이 같이 찾아가게 만들어, 로버트에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탁자에서 의자를 내릴 때 그냥 내리지 않고 무용 공연처럼 한 바퀴 돌면서 의자를 내리기도 하고, 소품 변경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소품을 옮기고 그냥 무대를 내려오지 않고, 무대 위에서 프란체스카(옥주현 분)와 로버트를 몰래 쳐다보는 것 같은 시간을 연출한다.

마지(김나윤(김희원) 분)가 몰래 프란체스카의 집을 엿보는 것처럼, 소품을 옮긴 배우들도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를 엿보는데, 관객들은 프란체스카나 로버트에 감정이입되기도 하고 그들을 엿보는 제3자가 되기도 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관객들이 자신을 프란체스카나 로버트로 생각해도 되고, 불편할 경우 바로 빠져나와 제3자처럼 바라봐도 된다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연출은 무척 똑똑하고 세련된 분위기 조성한다.

◇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음 깊숙한 곳까지 흔드는 박은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사진을 찍는 남자, 그 남자를 그리는 여자,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객들로 진행된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여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자들은 세상에서 자기 이름으로 살기 힘들고 이름도 없어지고 꿈도 없어진다고 말한다. “내가 나였던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네요”라고 프란체스카는 대답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 이런 멘트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돌아다니는 사진가로서 경험하고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한 것인데, 이런 솔직함이 프란체스카를 오히려 감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로버트 역의 박은태는 차분하게 대화를 하는데, 오페라에서 대화체 아리아인 레치타티보처럼 나지막이 부르는 박은태의 뮤지컬 넘버 또한 인상적이다. 여심의 미묘한 감성을 격발하는 힘은 강력한 남성성이 아닌 부드러움과 차분함이라는 점을 박은태는 보여준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부드러움이 얼마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노래와 대사, 표정, 움직임으로 박은태는 알려주는데, 작은 소리로 감동을 주고 마음을 건드리는 모습을 보면 진실된 마음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놀라게 된다.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삶을 위로한다”라는 말처럼 박은태가 옥주현에게 전하는 아름답다는 표현은 작은 목소리이지만 미세하면서도 진실된 떨림을 포함하고 있는데,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런 미묘한 울림을 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주목하게 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사진.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이 모든 것이 단지 짜증나게 보일 수도 있다. 엄청난 비난을 쏟아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박은태가 로버트를 저돌적인 인물로 표현하지 않고, 진중하면서도 예의 바른 인물로 나타낸 점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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