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뮤지컬

[ET-ENT 뮤지컬] ‘드림걸즈(DREAMGIRLS)’ 감미로움이 묻어난 오리지널 소울의 감동

발행일 : 2017-04-20 17:26:33

‘드림걸즈(DREAMGIRLS)’ 최초 내한 공연이 4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데이비드 스완 연출, 톰 이언 작사/극본, 헨리 크리거 작곡의 ‘드림걸즈’는 SBS 주최, 오디컴퍼니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오픈리뷰㈜, 마케팅컴퍼니 아침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드림걸즈’는 대극장 뮤지컬인데 직접 관람하면 중소극장 뮤지컬처럼 감미로운 서정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오리지널 소울로 표현되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정서를 우리나라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 대극장 뮤지컬인데, 중소극장 뮤지컬처럼 감미로움과 디테일이 강조된 공연

‘드림걸즈’ 공연 초반에 관객들이 즐거워는 했지만 마구 흥분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미국적 정서와 한국적 정서의 차이로 느껴지기도 했고, 대극장 뮤지컬인데 폭발하는 무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극장 혹은 소극장 뮤지컬처럼 감미롭게 펼쳐지는 시간도 있었기 때문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뜬금없이 나오는 야한 동작과 해학적 자막은 관객의 성향에 따라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당황함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었다. 무대 뒷면의 영상은 지나가는 느낌을 줘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때로는 광고나 뮤직비디오같이 연출돼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 칼 군무를 추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과 리듬이 살아있는 안무와 움직임

‘드림걸즈’의 출연진들을 보면 춤을 추는 몸이 무척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래 부르며 춤추는 장면에서 또 다른 배우가 대사를 할 때는, 노래 부르며 춤추던 배우들이 무대 한쪽에서 이전보다 작은 동작으로 춤을 이어갔다.

만약 무대 공연이 아니라 영상이라면 대화 화면을 클로즈업하고, 군무 화면을 작게 만들어 동시에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한 것인데, 이러한 설정은 무대의 역동성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며 감정선에서 빠져나오지 않게 했고 흐름을 끊지 않고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우리나라 보이그룹, 걸그룹과 뮤지컬 군무의 특징 중 하나는 칼군무이다. 정확하고 명확한 칼 군무는 시원함과 몰입감을 주는데, 우리는 칼 군무에 익숙해있고 칼 군무가 주는 감동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드림걸즈’의 출연진들은 칼 군무를 추지 않았다. 무대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는 관객석에서 얼핏 보면 다소 어수선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가까이에서 봤을 경우 군무를 추는 각자가 주인공인, 감동적인 안무와 움직임을 보여줬다. 칼 군무를 하지 않는 자신감은 춤 실력과 개성 존중으로 생각된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에서 개성을 살린 군무는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볼 때 훨씬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인 동작은 같은데 자신만의 리듬을 따라가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놀랍다.

보통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맨 앞자리에서 생생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무대 관람을 다소 포기해야 하는데, ‘드림걸즈’는 디테일과 감성을 오롯이 전달받기 위해서는 관객석 앞자리에 앉는 것이 훨씬 긍정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 편안하게 부르는 노래, 압도하는 오리지널 소울

야구 경기를 보면 한국 선수들은 매 순간 정말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데, 우리 시야로 볼 때 미국 선수들은 다소 성의 없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 같지만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해 본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내한 공연 ‘드림걸즈’를 보면 출연진들은 노래를 무척 편안하게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독창으로 부르다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할 때는, 라이브 기악 연주가 있기는 하지만 반주가 따르지 않는 합창곡인 아카펠라의 분위기 연출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소극장 공연 같은 감미로움을 전달하며 가창력을 자랑하지 않고 뮤지컬 넘버를 소화했는데, 무대 또한 엄청난 소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 했다. 노랫소리와 함께 등장인물의 표정도 중요했는데, 오페라글라스를 준비하고 ‘드림걸즈’를 관람하면 더욱 감동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드림걸즈’는 초반에 폭발적인 가창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가창력이 필요한 노래를 가창력을 100% 발휘하지 않고도 감동적으로 소화한다는 점이 주목됐는데, 물론 공연 후반부와 커튼콜 때는 시원하게 가창력 발휘했다. 새롭게 보일 수도 있고 대극장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던 이런 느낌은, 공연 후반부와 커튼콜로 가면서 지금까지의 감동을 소급하게 만들기도 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바그너의 오페라는 아리아와 연주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무한선율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드림걸즈’에서도 음의 종결감을 주지 않는 무한선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전 곡이 다른 곡으로 이어지고 이전 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가창력을 폭발할 시간, 박수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

‘원 나잇 온니’를 에피가 부르는 버전과 드림즈가 부르는 버전을 연이어 들려줘 차이를 느끼게 함으로써, 소극장적 감성과 대극장적 무대감을 전달했고, 또한 ‘드림걸즈’식 무한선율이 관객의 욕구를 몰라서가 아닌 제작진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 많이 생략한 자막, 해학적인 장난을 펼친 자막

‘드림걸즈’는 자막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는데, 대사의 양이 많고 대사 속도도 빠르다는 특징을 살려 자막이 펼쳐졌다. 대사를 모두 번역해 자막으로 제공했을 경우 자막 보느라 무대를 볼 시간이 없을 수도 있는데, 핵심을 위주로 자막을 만든 선택은 탁월하게 여겨진다.

자막의 글자 모양도 변화를 주고, 크고 작은 폰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칵테일’의 경우 ‘칵’의 크기를 키워 또 다른 뉘앙스 전달하는 등, 오페라처럼 자막을 모두 파악하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드림걸즈’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주식회사, 오픈리뷰 제공>

자막은 무대 양쪽에만 설치됐는데, 오페라 무대처럼 무대 정면 상단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관객석의 위치에 따라 자막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 했는데, 옆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게 될 때의 순간 어색함이 있을 수 있다는 면, 그리고 대극장이라는 면을 고려할 때 무대 정면 상단의 자막은 관객들이 더욱 편하게 관람하는데 도움을 줬을 것이다.

‘드림걸즈’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기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무척 쉬운 일 같지만 매우 어렵다는 것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으로 생각된다.

‘드림걸즈’는 기존 대극장 뮤지컬에 대한 기대를 갖고 관람할 경우 공연 후반부가 될 때쯤 무척 재미있게 생각될 수 있고, 무엇이든 좋게 받아들이면 처음부터 무척 재미있는 공연이다. 사전 지식과 선입견을 가지고 공연을 볼 것인가, 깨끗한 도화지 관객이 돼 공연을 볼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