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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팔리아치&외투’(2) 전편의 화려했던 임세경은 어디에? 국립오페라단 ‘외투’

발행일 : 2017-04-09 11:04:54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외투’에서 ‘팔리아치’와 ‘외투’의 주요 등장인물을 같은 성악가가 맡아서 소화하는데, 작품 속에서의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무대 위 성악가들의 감정선, 그리고 그 느낌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받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살펴보는 것은, 새로운 조합인 ‘팔리아치&외투’가 재공연을 통해 롱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팔리아치’에서 넷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은 ‘외투’에서 조르젯타로 다시 등장하는데, 같은 성악가가 다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우가 등장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는데, 임세경의 해석인지 연출의 의도인지 궁금해진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앞 작품에서 증오의 대상이 뒤 작품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팔리아치’에서 넷다(임세경, 사이요아 에르난데스 분)를 죽인 넷다의 남편 카니오(칼 태너, 루벤스 펠리차리 분)는 ‘외투’에서 허락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조르젯타(임세경, 사이요아 에르난데스 분)와 루이지(칼 태너, 루벤스 펠리차리 분)로 다시 만난다.

앞 작품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나를 죽였던 남편이, 뒤 작품에서는 내가 몰래 사랑하는 남자로 나오는 것이다. ‘팔리아치&외투’의 이러한 설정과 조합은 무척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만, 엄청 장난기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문제는 이 설정을 성악가는 어떻게 소화할 것이며, 관객들은 어떻게 바라보며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전생에 자신과의 악연으로 미워하던 사람을, 이번 생에서는 몰래 사랑한다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이러한 설정은 무척 동양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 임세경은 어디에? 전편의 화려한 임세경을 바로 못 찾은 것이 어쩌면 가장 큰 감정의 점핑

화려한 넷다로 보였던 임세경이 상대적으로는 평범한 조르젯타로 나올 때 어떻게 매치하며 봐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무대에 등장한 조르젯타는 전편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임세경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외모부터 변신을 하고 나온 임세경은 움직임 자체도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했다. ‘외투’ 마지막 부분에서 분노와 울분에 찬 표정으로 아리아를 부를 때 전편에서의 에너지를 다시 느끼며 감탄할 수 있었는데, 변신을 통해 완급조절을 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같은 인물이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맡고, 증오의 대상을 사랑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관객이 가질 수 있었던 감정의 점핑보다 더 큰 감정의 점핑은 ‘팔리아치’의 임세경이 ‘외투’ 초반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일 수 있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성량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하게 만드는 임세경이 완급조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리아에 대한 애착 이상으로 연기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외국 극장에서 온 수준급 성악가들 못지않게 국내 성악가들은 뛰어난 성악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대주의를 버리고 보면 국내 성악가들의 실력이 훨씬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국내 성악가들은 성악가라고 확실히 느낄 만큼 아리아에 초점을 맞춘다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세계적인 성악가 임세경이 연기자로 보인 감동의 여운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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