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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발행일 : 2017-03-29 15:48:34
[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2010년이었던가, 당시 기자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전 직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지면 안 되니까 2G폰을 다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2G을 놓고 싶지 않았던 나는 궁여지책으로 스마트폰과 2G폰을 같이 들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은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 인터넷을 보기엔 화면이 작았고, 게임도 즐기지 않았기에 별 쓸모가 없어 보였다. 가끔 카카오톡을 할 때 정도 활용할 뿐이었다.

생각이 바뀐 건 의외의 순간이었다. 단골 대리점에서 갤럭시 S2를 저렴하게 준다는 유혹에 덜컥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 이후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평생 가까이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스마트폰이 어느덧 없으면 못 견딜 지경에 이르렀다.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전기차도 이런 존재가 아닐까. 내연기관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보는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전기차는 이단아 같은 존재였던 터. 게다가 그동안 타본 전기차들은 주행거리가 너무 짧고 주행감각 또한 너무 이질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29일 서울 청담동 테슬라 스토어에서 만난 모델 S는 7년 전 만난 아이폰을 떠올리게 했다. 실물이야 그동안 몇 번 봤지만 실제로 시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키를 소지하고 차에 다가서면 별다른 조작이 없어도 도어 레버가 스르륵 튀어 나온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17인치 패널은 대형 아이패드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태블릿 PC를 전혀 쓸 줄 모른다던 ‘그 분’은 아마도 여전히 쓰기에 벅차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더라도 조작하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이 차에 관심을 반영하듯 시승 예약자는 하루에도 빼곡히 차 있었다. 외신에서는 “한국에서 테슬라 6개월 치 시승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보도할 정도. 그래서 시승시간은 30분 정도로 빠듯했다. 하지만 명필이 붓을 탓하랴. 짧은 시승 시간에서도 이 차는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혁신적이면서도 익숙하다는 것. 전기모터를 활용해 구동되는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에서 볼 수 있는 변속 충격이나 터보 랙 같은 게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다른 전기차에 비해 주행감각이 덜 이질적이다. 기존 전기차의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장치가 작동하면서 차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모델 S는 매우 부드럽게 감속된다. 이 느낌은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효율과 주행감각 사이에서 어느 것을 중시할지 운전자가 선택하면 된다.

서스펜션은 높이 조절만 가능하고 댐퍼의 강도는 조절이 안 된다. 하지만 특별히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셋업이 완벽하다.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깔려 무게 중심이 낮은 데다, 독일 컨티넨탈 사의 에어 서스펜션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핸들링이 매우 좋다. 다만 댐퍼 강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뒷좌석에 주로 앉는 쇼퍼 드리븐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다.

[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잘 알려져 있다시피 테슬라는 기어 레버와 파워 윈도 스위치 등을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공급 받는다. 낯익은 모습이라 좋긴 한데, 이 부분에서는 혁신적인 느낌이 없어서 아쉽다.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되는 시간은 4.4초.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이다. 다만 스포티한 배기음이 없고, 패들 시프트도 없어 자잘한 운전의 즐거움은 적다. 동승한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에게 “패들 시프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는 “변속기가 없는데 굳이 필요할까요?”라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변속하는 느낌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물론 이 또한 구시대적인 생각일 수 있겠다.

뒷좌석은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별다른 편의장비가 없고, 심지어 팔을 얹을 수 있는 중앙 암레스트도 없다. 대신 앞뒤 구동바퀴가 모터에 직접 연결되므로 실내 바닥이 평평해 뒷좌석 중앙에 사람이 앉기에 좋다.

방향지시등만 넣어도 차선이 변경되는 오토파일럿 기능은 국내 판매 모델에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법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임의택의 車車車] 자동차의 신기원, 테슬라 모델 S

테슬라는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슈퍼차저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설치했고, 또 한 곳을 서울에 추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구매자에게는 개인 충전용 월박스를 제공해 가정에서도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충전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에 가까운 만큼 당장 급해보이진 않는다. 사실 국내 인증 주행거리가 짧을 뿐이고, 90D는 미국에서 인증 받은 기준으로 최대 746㎞까지 달릴 수 있다(시속 70㎞, 외기온도 30도 기준). 이 점이 기존 내연기관을 타던 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고 파워 게임보다 정책 승부를 즐기는 1~3선의 의원들을 가리켜 ‘정책 신인류’라고 불렀다. 이들이 출현한 게 1998년부터다.

테슬라 모델 S는 자동차업계에서 그런 존재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기존 완성차업계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탓에 가격(1억2100만~1억6000만원) 부담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차를 사는 사람들이 보조금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테슬라 모델 S를 타는 것 자체로 그들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테슬라에 맞설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멀었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당장 테슬라 모델 S를 계약하길 권한다. 지금 주문해도 3~4개월은 기다려야겠지만.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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