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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뮤지컬 ‘광염 소나타’

발행일 : 2017-02-21 01:11:27

손효원 연출, 다미로 작곡,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광염 소나타’가 2월 14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중이다.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우수신작 뮤지컬의 마지막 작품이자,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올해 첫 작품인 ‘광염 소나타’는 공연 전문 포털사이트 스테이지톡 리서치에서 ‘2017년 관객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 초연작’으로 알려져 있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 박수칠 시간도 중간에 환호할 시간도 주지 않는, 진지한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김동인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우연히 목격한 죽음을 계기로 살인을 할수록 놀라운 악상이 떠오르는 작곡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정말 감동적인 클래식 선율 뒤에는 누군가의 죽음, 그것도 의도적인 살인이 숨어있어 곡이 완성될수록 파멸에 가까워진다는 내용을 포함한 스릴러이다. 진정한 미적 가치, 예술을 위한 예술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 던진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가 제작했던 이전의 뮤지컬들은 신나는 뮤지컬 넘버와 군무, 재미있는 대사와 달달한 표현 속에 관객이 함께 웃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광염 소나타’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진지함 그 자체이다. 긴장의 이완과 해소를 위해 코믹한 대화를 일부로 넣지도 않았으며, 뮤지컬 넘버의 전율을 느낀 관객들이 박수칠 시간도 주지 않고 다음 곡이나 대사로 연결됐다. 마치 무한선율의 연주를 통해 공연 중간에 박수칠 시간을 절대 주지 않는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광염 소나타’의 관객들은 움직임 없이 감정 표현 없이 공연에 집중해야 했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흥미로운 점은 긴장의 해소를 하는 시간은 특별히 주지 않고 감정의 축적과 강화 혹은 유지의 시간만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인터미션 없이 이어진 100분이 마치 한 호흡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광염 소나타’는 뮤지컬이지만 고전 연극 같은 진지함을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로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뮤지컬들이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염 소나타’의 색다른 진행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기존의 뮤지컬 열혈 관객이 아니었던 부류의 관객들도 ‘광염 소나타’의 신선함에 많은 호응을 보낸다는 점은 창작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존 뮤지컬을 활발히 제작하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가 창작산실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아시아브릿지컨텐츠와 창작산실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피아노·바이올린·첼로, 현악 3중주의 라이브 연주

‘광염 소나타’ 무대에는 J 역 성두섭, S 역 김경수, K 역 이선근 등 단 3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스릴러 뮤지컬인데 갈등을 고조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은 단 3명인 것이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가 무대 위에 올라서 라이브로 연주한다는 점도 주목됐는데, 3개의 악기가 화음을 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은, 마치 세 명의 배우가 대립되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하는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공연 제목인 ‘광염 소나타’처럼 클래식 연주는 등장인물들의 불안감, 감정의 격발, 갈등의 고조뿐만 아니라, 뮤지컬 넘버를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전달하기도 한다. 세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연주자가 만든 음악적 몰입감을 박수치며 흩뜨리지 않게 한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의미 있는 시도이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 아티스트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

악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살인을 저지른다. 사고로 쓴 제1악장, 살인으로 쓴 제2악장, 악장을 계속 진행해 완성하려면 계속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광염 소나타’를 보며 미친 음악가라고 폄하할 수도 있고, 너무 과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로마의 제5대 황제 네로가 로마 시내에 불을 지른 것은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는 것처럼, 많은 아티스트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유혹의 손길에 관심을 가졌을 수 있다.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광염 소나타’ 공연사진.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을 때 살인을 저지른다는 극단적인 설정이 아닐지라도, 아티스트들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떤 시도든 할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광염 소나타’는 그냥 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광염 소나타’가 재공연을 통해 스테디셀러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광염 소나타’의 정착은 뮤지컬의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춰 제작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되면 어느새 관객들은 장르 전체에 대한 피로감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염 소나타’에 대한 기대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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