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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연희의 5교시’(감독 박준호)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54)

발행일 : 2017-02-16 14:46:54

박준호 감독의 ‘연희의 5교시(Let my kite go)’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비유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어 제목은 정서적인 면을 통해 상징하고 영어 제목은 시각적인 면을 통해 상징한다는 뉘앙스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엄마가 그랬다. 3일장 치르는 게 3일 지나면 잊으라는 거라고”라는 연희(김홍경 분)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행동을 먼저 계속 보여준 후 그 행동이 가진 의미를 알려주기보다는, 의미를 알려준 후 그 의미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영화는 안내하고 있다.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연희에게 연을 날린다는 의미
 
‘연희의 5교시’에서 연희는 돌아가긴 엄마를 잊기 위해 연을 날려 보낸다. 연희는 아빠(황순원 분)에게 연날릴 줄 아냐고 물어본다. 내면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희의 행동 자체인 연날리기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봄과 동시에, 엄마를 잊을 수 있냐고 묻는 중의적인 의미로 전달되는데, 김홍경의 표정에서 애잔함이 전달된다.
 
가게 일을 도우려는 딸 연희의 도움을 거절하는 아빠에게 연희는 “아빠만 우울하냐고, 나도 숨 막힌다”라고 말한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처럼 연 줄에 묶여 있는 부녀는 연이 날기를 바라면서도, 연이 줄을 끊고 멀리 날아가기를 바라면서도, 연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 역시 간절하다.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연희의 5교시’에서는 연을 비롯해 많은 중의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연희가 담을 넘다가 다쳐 절뚝거리는 것은 무언가를 넘어가려다 상처를 받은 인생으로 볼 수도 있고, 연에 대해 일치하는 공통점을 보여주지 않는 아빠와 딸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현재의 부녀 간 관계에서도 공감하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면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딸의 이름이 ‘연희’라는 것도 ‘연’과의 연관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 내면의 변화인가, 의지의 표현인가?

 
‘연희의 5교시’에서 연을 객체로 보면 잡고 싶은 마음을 알 수 있고, 연을 주체로 보고 감정이입하면 날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초반의 내레이션과 대비되는 후반부의 내레이션은 연희의 내면이 변화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연희의 5교시’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수도, 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는 작품
 
‘연희의 5교시’는 정적으로도, 동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영화이다. 연희의 질주할 것 같은 감정, 하늘을 나는 연, 아빠와 딸의 마음과 갈등은 동적이지만, 평화로운 고수부지의 모습과 잔잔한 음악은 무척 정적이다.
 
관객들의 감정 흐름 또한 정적 혹은 동적, 아니면 정적/동적 느낌을 번갈아 넘나들며 형성될 수 있다. 길지 않은 영화 상영시간은 연희의 내면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연희의 5교시’에서 김홍경의 표정에는 슬픔과 안타까움, 체념한 듯하면서도 놓아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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