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과 구리아트홀이 주최한, 시민과 공연예술인이 함께 즐기는 공연예술축제 ‘제3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 G-PAFe 2017’이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구리아트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 축제의 일환으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얼토당토’가 19일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상기 무용단은 18일 시민 참여 무료 프로그램으로 현대무용 워크숍 ‘어처구니 댄스’를 열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쉬지 않는 안무, 정말 무용이 하고 싶은 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얼토당토’ 본 공연에 앞서 유채꽃소극장 로비에서 30분 동안 사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동물의 탈을 쓰고 종교의식 같은 안무를 보여줬는데, 관객들은 바로 앞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생생하게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 위에서 사전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로비에서의 사전 공연은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서 디테일한 움직임을 관객들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었고, 18일 ‘어처구니 댄스’ 워크숍에 이어 시민, 관객과의 친숙한 교감을 먼저 추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무용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관객이 많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무용 작품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영화, 연극, 뮤지컬 모두 해당될 수 있다. 무용도 그냥 편하게 보면 이해하기 쉬운 장르이다. 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남들로부터 생긴 선입견을 깨기가 어려운 것이다.
앤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관객들을 위해 좀 더 친절히 다가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데, 이런 다가감은 무용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의지도 있겠지만, 무용단 스스로 공연을 정말 하고 싶어서라는 것을 직접 관람하면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사전 퍼포먼스 후 무용단과 관객들은 유채꽃소극장에 차례로 입장했는데, 관객들이 입장하며 자리에 착석하는 동안에도 한 명의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독무의 안무를 펼쳤다. 음악도 나오지 않았고, 조명도 별도로 안무를 도드라지게 만들지 않았는데 정말 열심히 안무를 펼쳤다.
관객석이 어두워지며 라이브 장구 연주와 함께 본 공연이 시작됐는데, 사실 무대에서는 이미 공연이 시작됐고 관객석과 장구가 이제 따라서 시작한 것이었다. 혼자서 윗몸 일으키기를 연상하는 안무를 펼친 무용수는 복근을 비롯한 근력을 이용한 안무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유연한 안무를 번갈아 펼치며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 전통 가락에 맞춰 선보인 현대무용, 진지한 안무로 관객들을 웃게 만들다
‘얼토당토’의 군무가 시작되면서, 전통 가락에 맞춰 현대무용이 펼쳐져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남자 무용수가 발레를 할 때 여자 무용수가 입는 의상인 튀튀를 연상하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과 웃음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얼토당토’의 안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 진지했다. 그냥 진지한 것이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든 고난이도의 동작이 지속됐다. 그러면서도 무척 장난기 있는 안무를 곳곳에서 펼쳤다. 본인은 웃지 않고 관객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희극 배우처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무용수들은 진지하게 안무를 소화하면서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웃게도 만들도 특정 관객들을 계속 키득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유연한 동작에 관객들은 “우아~”라는 탄성을 동시에 지르기도 했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척 천천히 물구나무를 서는 장면에서는 숨죽이며 바라보기도 했다. 전통의 소리와 현대무용은 접목한 것이 아니라, 현대무용에 적합한 음악이 전통의 소리라는 것을 ‘얼토당토’는 느끼게 만들었다.
◇ 영역을 구분 짓는 조명 공간, 상황을 알려주는 조명 색
‘얼토당토’의 안무와 구성을 보면 유니 섹슈얼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 무용수와 여자 무용수의 역할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교차되기도 하고 공유되기도 한다. 무용단의 이름이 가진 정체성을 안무 형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에게는 남녀, 장르, 장소 등의 차이가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들은 무용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아름답게 생각할 것 같이 느껴진다.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의 음향 시설은 타악 리듬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음의 조율이 잘 돼 있었다. 타악 리듬에 맞춘 안무는 관객들의 심박수를 증가시켰는데, 조명이 안무의 영역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5명의 무용수가 안무를 펼친 시간에 각각의 무용수에는 사각 조명이 비쳤다. 무대 외곽에 있던 4명의 무용수가 자신의 기존 영역을 벗어나자 흰색의 사각 조명은 빨간색으로 변했고, 5명이 일자로 대형을 갖추자 새로운 흰색의 사각 조명이 4개 생기며 빨간 사각 조명 4곳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이후에도 무용수들이 사각 조명에 대한 점유와 이탈을 반복하면서 사각 조명의 색은 변화했고, 무용수들의 이동은 무대가 새로운 공간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처럼 연출됐다. 원형 조명이 아닌 사각 조명은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각각의 무용수의 움직임을 집중해 볼 수 있도록 도왔다.
◇ 총 맞은 것처럼
‘얼토당토’는 갑자기 이벤트를 하는 것처럼 빨간 천이 천정의 일부에서 내려오며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음악이 나왔다. 이때부터 각각 웃던 관객들은 모두 하나가 됐고, 무용 공연장이 아닌 콘서트장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지막에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었기에 공연 후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음악이 없을 때 무용수들은 각각 특유의 의성어를 내며 퍼포먼스 같은 안무를 펼쳐 즐거움을 선사했고, 고무줄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등 기존의 놀이 문화를 안무로 승화했다. 이 시간에는 특히 아이들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아이들 관객은 어른들 관객과 웃는 다른 타이밍에서 웃는 경우도 많은데, ‘얼토당토’의 다양성은 남녀노소 관객들을 모두 충족했다. 공연의 피날레는 풍물패의 합류였다. 7명의 풍물패 연주에 맞춰 이뤄진 현대무용은 마치 커튼콜 시간 같은 흥분을 선사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얼토당토’는 음악과 안무의 조합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관객들이 박수치며 환호하는 신명 나는 무용 공연이었다.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브라보’를 외쳤고 또 보고 싶다는 반응이 즉석에서 넘쳐났다. 안산문화재단,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전국에 ‘얼토당토’를 선물하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