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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편견은 병이다 ‘가족病 - 혼자라도 괜찮을까?’

발행일 : 2016-12-30 14:45:54

명랑캠페인 기획/제작, 김재엽 작/연출의 ‘가족病 - 혼자라도 괜찮을까?’(이하 ‘가족병’)가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이곳에서의 ‘진짜 가족’을 묻는 연극으로 초연작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가족의 풍경은 아빠,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다정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양부모와 함께 하는 가족은 실제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가족병’은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로 이루어진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관객들에게 꾸준하게 질문을 던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 재현 다큐멘터리 느낌을 주는,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는 형식

‘가족병’은 어둠 속에서 기타 연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드라마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의 시작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은데, “우리만의 가족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던진다.

교과서에 들어있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과는 달리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는 현실, 부모 역할을 하는 아이를 지칭하는 페어렌털 차일드(Parental Child) 등 실제적인 이야기를 작품은 담고 있다.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은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내명의 심경을 표현하는 대화와 방백이 많기 때문에, 재현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독백이 아닌 방백으로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내면을 고백하는 방법은 영화로 표현됐다면 최근 관객들이 선호하기 않는 방법이지만, 무대 공연이기에 효과적으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위로를 가장한 공격, 무심코 던지는 언어폭력

‘가족병’은 상황과 상태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나는 괜찮은데 불쌍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화가 난다는 대사처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시선, 친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전달한다.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실제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많은 사람들은 위로한다고 하면서 가슴에 비수를 꽂고 비난을 하며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그나마 나은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훈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가 된다는 우월감,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은근히 즐기는 심리까지, 다양한 언어폭력은 무심코 이뤄지기도 하지만 의도적이기도 하다.

‘가족병’은 언어폭력의 사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위로한다며 상처 주는 친척들에 상처받는 모습부터, 아이를 위해 참는다고 말하는 부모의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아이의 모습까지 실제 예시를 통해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에서 알려주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겪는 5단계 심리 변화는, 극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한다. 제1단계인 충격과 부정에서 제2단계 슬픔과 우울증으로 넘어가면서 반항, 공격성, 산만한 태도를 보인다. 불안과 두려움의 단계, 혼란의 단계를 거쳐 마지막 제5단계 수용과 희망의 단계까지 ‘가족병’은 갖가지 다른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교과서적인 내용, 계몽적인 강좌

‘가족병’은 교육 프로그램 느낌을 준다.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을 양부모 가족이 관람했을 때의 교훈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한부모 가족이 관람했을 때 힐링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가족병 - 혼자라도 괜찮을까?’ 공연사진.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계몽적, 강의적 형식, 상황극, 교육 교재 느낌으로, 드라마틱하게 풀기보다는 교육적으로 전달한 작품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나, 관객들에게 효율적으로 메시지가 와 닿았을지, 그리고 학교의 단체관람이 아닌 일반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오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족병’은 초연인데, 소극장이긴 하지만 전석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 작품이 드라마틱하게 풀기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공감은 하되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아직까지는 받을 수도 있다. ‘가족병’이 재공연을 통해 교육과 힐링을 모두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 직접 보고 싶은 작품으로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길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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