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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베토벤의 전율, 교향곡의 전율, 합창곡의 전율

발행일 : 2016-12-29 22:56:37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더 브릴리언트 시리즈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이 12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이 공연은 29일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하나 클래식 시리즈 Ⅱ ‘서울시향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와 같은 출연자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D단조, Op.125 <합창>’(이하 ‘합창 교향곡’)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 서울시향 연주,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합창으로 진행됐다. 소프라노 캐슬린 킴,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석철, 베이스 김지훈이 독창자로 함께 했다.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베토벤 다운 웅장함으로 시작, 시작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든 연주

‘합창 교향곡’은 무대 위의 서울시향과 합창석의 대형 합창단의 모습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는데, 제1악장 첫 소절부터 기대감을 점점 증폭시켰다. 베토벤 다운 웅장함으로 시작한 이 곡은, 제1악장부터 제3악장까지의 기악 연주에 이어 제4악장에서는 기악과 성악이 함께 했다.

지휘자 에셴바흐는 절도와 열정으로 완급조절을 하면서도 긴장감을 풀지 않는 지휘를 펼쳤는데, 제1바이올린 파트만 보고 지휘할 때는 시선이 제1바이올린으로 쏠리기도 했다.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에셴바흐의 지휘를 보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업바운스적인 역동적 동작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다운바운스적인 베토벤의 음악에 그의 방식으로 균형감을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2악장은 광란의 질주를 기다리며 정서를 쌓아가는 시간이었고, 제3악장은 느린 박자의 악장으로 무엇을 위해 에너지를 축적시키는지 기대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제4악장은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진한 선율에 이어지는 관악기의 질주, 그 질주가 순간 중단되며 완급조절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한 혁명적인 시도

합창의 전율이 가세한 제4악장의 ‘환희의 송가’는 4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이 서울시향과 함께 가슴 절절한 울림을 만들었다.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한 혁명적인 시도는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도 무척 독특하게 여겨진다.

‘합창 교향곡’에서 합창단은 합창석이 위에 있기 때문에 기악 연주 소리와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4명의 독창자는 무대 위에서 오케스트라 앞이 아닌 오케스트라 뒤쪽, 합창단의 앞쪽에 위치했다. 그런데, 4명의 독창자의 높이는 합창단처럼 위쪽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타악기와 같은 높이에 위치했다.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즉, 독창자의 노래는 오케스트라를 뚫어야 관객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앞에서 노래해 기악 소리가 성악을 밀고 앞으로 나가는 구도가 아니었다. 합창단이 대규모로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리가 발생한 높이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합창소리는 그렇지 않았지만 독창은 기악 소리에 묻히는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게다가 소프라노 캐슬린 킴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는 화음을 맞추기보다는 서로 경쟁하듯 노래를 불렀다. 특히 메조소프라노가 소프라노를 이기려는 것 같은 소리, 소프라노의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소리는 매우 아쉽게 들렸다.

주변 관악기와 타악기 소리가 컸기 때문에 자신과 옆 성악가의 소리를 잘 들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소리를 크게 냈을 수도 있지만, 자유와 화합, 인류애와 같은 인간 최고의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진 ‘합창 교향곡’과 어울리지 않은 화음이었다.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바이로이트에서도 활약했고,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에 주역으로 출연한 세계적인 테너 김석철과 호흡을 맞춘 베이스 김지훈은, 바리톤도 아닌 베이스의 음색으로 테너와의 화음도 잘 맞추면서 독창과 합창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지훈은 상대적으로 고음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에서 저음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보여준 성악가였다.

인터미션 없이 이어진 ‘합창 교향곡’이 끝난 후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는 열렬했고, 제4악장 하이라이트 부분이 앙코르 연주됐다. 앙코르 곡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연주된 곡의 하이라이트를 연주해, 앙코르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한 시간이었다.

서울시향은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이면서도 폼 나는 교향곡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실내악, 아르스노바 시리즈, 특정 악기 또는 악기군으로 이뤄진 비바 시리즈, 연극과 결합한 고전극장, 창고 음악회와 우리동네 음악회 등 찾아가는 음악회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단체이다. 새로움에 대한 서울시향의 도전이 내년에도 계속되길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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