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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착한 마음, 착한 행복 ‘연극 광수생각’

발행일 : 2016-12-20 10:24:12

김태웅 연출의 ‘연극 광수생각’이 12월 8일부터 31일까지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10번째 생일파티의 의미를 가진 이번 공연은, 원작 만화와 연극을 본 관객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2006년 11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2년 2월까지 총 10차의 공연을 통해 20만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한 ‘연극 광수생각’은 4년의 공백을 딛고 다시 관객을 찾았다.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 10년 전 감성, 만화책을 읽던 기억으로

‘연극 광수생각’은 박광수 원작의 만화 ‘광수생각’이 슬라이드 영상으로 표현된다. 영상이 나올 때 주변을 더 어둡게 만들어 영상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학창 시절에 만화를 읽었던 기억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더욱 감회가 새로운 시간이다,

10년 전 감성으로 만들어졌고 원작 만화가 함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관람할 때 감정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연극 광수생각’은 원작을 모른 채 관람해도 충분히 감동적인 작품이다.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공연은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 이미 10차의 공연을 통해 ‘연극 광수생각’은 완성도를 높였지만, 4년의 공백은 무대와 관객을 이전보다 멀어지게 했을 수 있다. 보통 같은 회차에는 공연을 바꾸지 않고 회차가 변경될 때 공연을 리뉴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연은 공연을 하면서 관객 반응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면이 주목된다.

공연 초반에는 어린 광수(전정로 분)와 어른 광수가 모두 같은 톤의 대사를 구사했으나, 몇 회의 공연을 거치며 어린 광수는 만화의 톤을 그대로 유지하고 어른 광수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물론 표정은 만화에 나온 광수 표정을 그대로 채택했다. 어른 지현(박선정 분)의 대사도 어린 지현일 때와는 차별을 뒀다.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전체적인 내용에서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을 가다듬어서 공연의 질을 높인 김태웅 연출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민혁(김성윤 분)은 멋있는 포즈에서 잠깐 멈춤을 줘 이전보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했고, 엄마/변숙자(김수진 분)와 아빠/친구(장비희 분)는 다른 배역들과의 케미를 높였다.

광수 동생 현수(김현정 분)는 공연 초반과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연극적인 대사와 움직임으로 다른 배역을 처음부터 뒷받침했고, 다른 배역의 디테일 변경에 맞춰갔기 때문이다. 김현정은 바뀐 부분을 특별히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배역을 소화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

‘연극 광수생각’에서 광수는 지현이 힘들 때 옆에 있어 주고 짜증 낼 때도 받아준다. 아빠를 닮아 착하게 사는 광수를 보면,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이 주는 가치가 떠오른다. 지금 삭막하다고 하는데, 10년 전에도 그때 사람들은 당시가 삭막하다고 말했다. 그런 삭막함 속에서도 광수는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정작 중요한 말은 가까운 사람에게 하지 못한다’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중요한 말을 가까운 사람에게 하기 어려운 것은 시대에 상관없이 공통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공연사진. 사진=극단 박선정 제공>

‘연극 광수생각’ 커튼콜에서는 대표적인 대사를 다시 들려줘 1인 2역을 소화한 것을 관객들이 알게 해 준다. 관객에 대한 친절인 동시에, 극을 다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방법으로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영화 엔딩크레딧의 추가 영상처럼 무대 인사 후의 추가 장면이 웃음을 준다는 점도 재미있다. 메이킹필름 같은 장면을 직접 무대에서 시연하는 것인데, 연습 때 진짜 저랬겠구나 생각하면서 공연 장면이 다시 떠올라, 관객들은 여운의 시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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