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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귀여움에 대한 부들거리는 떨림 ‘아기배달부 스토크’

발행일 : 2016-12-03 19:00:14

니콜라스 스톨러, 더그 스윗랜드 감독의 ‘아기배달부 스토크(STORKS)’는 옛날 옛날 아기를 배달했던 황새들이 지금은 글로벌 인터넷 쇼핑 회사에서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레고 무비’에 이은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 그룹(이하 WAG)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에서 구현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높은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

◇ 어드벤처를 통해 만나는 독특한 캐릭터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오랜 세월 동안 황새 스토크는 아이를 배달했고, 그것은 그들에게 봉사이자 특권이자 활기찬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는 서사를 전달한다. 스토크 캐릭터에 정통성 부여 및 확인과 함께 복선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의 캐릭터들은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과 공감을 유발하는 기발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택배사업 CEO 헌터는 권위와 악당적 기질을 보여준다. 실사 영화와는 달리 애니의 악당은 극도의 과격함만을 가지지는 않는데, 헌터도 그런 이미지를 초반부터 쌓아간다.

어린 관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극도로 주지는 않기 위해, 애니의 악당도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방법은 흥미롭다. 이는 어른 관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어른들도 애니를 볼 때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재와 톤의 청불 등급의 애니메이션이 청불 등급의 실사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응이 작은 것도 같은 기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헌터의 사장 자리 제안에 충성을 다하려는 배달 유망주 주니어와 사무실 첩자인 가발비둘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일 수 있다. 수백 마리의 늑대 부대와 탭댄스를 추지 않는 펭귄들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은 장소의 이동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어드벤처 자체가 환상을 주는데, 이동은 새로움 자체에 대한 기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큰 세계로 바로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다른 경로를 선택한다.

물류 창고의 각진 공간은 주니어를 포함한 다른 스토크들의 모습과 같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반적인 공간일 수 있다. 스토크 세상의 별종인 인간 배달부 튤립은 바로 큰 세상으로 가지 않고, 좁은 2인용 비행기, 천장이 낮은 늑대 굴과 같은 협소한 공간을 거친다.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아리러니하게도 안식을 주는 좁고 불편한 공감을 이런 답답함 속에서 구현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애니메이션 창작, 제작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개념적, 철학적인 정신세계

폐쇄된 부서에 혼자 배치된 튤립은 무료한 시간을 1인 다역을 하는 상상을 하며 보낸다. 튤립이 상상하고 연기하는 1인 다역은 실제로 작가가 창작을 할 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주는 움직임도 볼 수 있는데, 눈빛 하나로 심정을 표현하는 튤립의 모습이 순간 강조되는 면도 그런 느낌을 뒷받침한다.

스토크 산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 사는 어린 네이트는 바쁜 엄마, 아빠와 같이 놀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비밀 카우보이 우주인 놀이에 심취한 네이트는 온갖 역을 맡아 혼자서 연기를 한다. 네이트는 이 놀이를 같이 할 닌자 기술을 가진 남동생이 필요하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네이트의 이런 모습은 튤립과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일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려면 혼자 여러 역을 수행해야 하는데, 캐릭터를 창조하다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이 부분을 맡아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수가 있는데, 그런 마음은 영화에서 닌자 기술을 가진 남동생과 연결될 수 있다. 남동생이 아닌 여동생으로 바뀌는 디테일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창작의 과정에서의 캐릭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는 달리 스토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물관계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최종 작품에서는 친구였는데 개발 과정을 찾아보면 삼촌과 조카의 관계였을 수도 있고, 관객들은 적의 관계로 알고 있지만 개발 초기에는 스승과 제자였을 수도 있다.

물론 실사 영화도 개발 과정에서 인물관계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나중에 알고 나면 놀라울 정도의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나기도 한다. 만약 창작자를 꿈꾸며 같은 애니메이션을 여러 번 관람한다면 인물관계를 다르게 상상하며 보는 것도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줄 수 있다.

◇ 아기의 귀여움에 감염되면 인생 끝이야!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아기의 치명적인 귀여움을 부각한다. 아기의 미소에 늑대들도 녹아드는데, 아기를 존중하는 마음은 저출산 시대에 아기의 탄생이 주는 의미를 각인시킨다. 뮤지컬신에서 나쁜 캐릭터로 나오는 늑대들조차도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점은 영화가 표방하는 가치를 짐작하게 만든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에서의 교육적, 교훈적인 면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포함해 흥행에도 도움을 준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기존과는 다른 개념적, 철학적인 면을 통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아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애니메이션이 가진 상상력을 형체적 상상력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철학적 상상력으로 전개한다.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신적, 철학적 상상력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각화하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이 강조되면서 아이를 누군가 데려다준다는 것은, 삼신할머니가 아이 점지해준다는 것처럼 새로운 개념을 표현한다. 이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정신세계의 산물에 공장과 공장의 원리가 작용했다는 점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기배달부 스토크’와 ‘인사이드 아웃’에 모두 작가가 창작을 할 때의 과정이 들어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인사이드 아웃’에는 각각의 감정 캐릭터를 만들고 통제하는 그룹이 각각 존재하는데, 이는 집단 창작 작업에서 각기 담당한 캐릭터를 개발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에서 영화적 상상력, 애니적 상상력을 활용한 아이디어는 참신하게 생각된다. 여러 늑대의 집단적 변신에 대해 “저게 말이 돼?”라고 관객의 마음을 영화 속 등장인물이 먼저 말해 웃음과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 시퀀스에서 지나치게 나간 애니적 상상력이 영화의 결을 깨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다. 제작의 고민이 코믹하게 승화됐다는 점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동물과 사람의 케미, 동물과 사람의 공존의 가치도 담고 있다. 사람에게 동물이 주는 도움은 뒷받침이 아닌 혜택으로 표현된 점도 흥미롭다.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 스틸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두 번째 작품을 만든 WAG의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여자의 머리카락, 늑대의 털, 물, 불 등은 실사 영화에서는 표현하기 쉽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기는 상대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인데, ‘아기배달부 스토크’는 기존의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킨다.

흔들다리에서 달리는 모습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었을 때의 느낌, 관객이 다리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슈렉과 동키가 흔들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연상된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표현된 ‘아기배달부 스토크’의 개념적, 철학적 정신세계에 우리나라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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