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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앞에서 이끄는 코미디, 뒤에서 채워주는 교육적 교훈 ‘톡톡’

발행일 : 2016-11-04 12:52:00

연극열전의 ‘톡톡(Toc Toc)’이 지난 10월 27일부터 오는 2017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중이다. 프랑스 코미디의 왕이라고 불리며, 현재 작가 겸 배우, TV 쇼 진행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랑 바피의 작품으로, 2005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유럽 각국에서 10년 동안 사랑을 받았고,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공연되고 있다.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섯 명의 환자들이 차례로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명품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조합으로도 주목되고 있는데, 공감과 힐링,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성 있는 코미디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이해제 연출의 진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전세계 인구 93%, 하나 이상의 강박증 가진 시대 속에서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현재는, 전세계 인구의 93%가 최소한 하나 이상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박증은 정도의 차이에 따라 성향이나 증세일 수도 있고, 병일 수도 있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프레드(서현철, 최진석 분)는 스스로 통제가 불가하여 예기치 못한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 뚜렛증후군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점잖은 언어를 사용하는 어른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예전에 쓰던 언어습관이 되살아나 대화 속에 많은 욕설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무대는 일상을 옮겨놓아 다시 해석한 세계이고, 특히 연극 무대는 특징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드 역의 배우들은 찰진 욕설도 잘해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도가 지나쳐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도록 절제도 해야 한다. 서현철과 최진석은 욕을 한 이후에, 뚜렛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바로바로 인지시켜서, 상대 배역과 관객들이 지나치게 감정이입하여 받는 상처를 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위에 존재하는 세균과 질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질병공포증후군을 가진 블랑슈(정수영 분)를 보면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블랑슈의 철두철미한 대비를 오히려 일정 부분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집에 나올 때 가스, 수도, 전기를 다 끄지 않고 나왔으면 어떡하냐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확인하는 확인강박증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 만든 증상으로 생각된다. 현대인들은 워낙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방금 전에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리(정선아, 김아영 분)의 확인강박증이 병이라기 보다는 현대인의 불안심리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동어반복증을 가진 릴리(이진희, 손지윤 분)는 스트레스 가득한 현대에서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방어기제의 단편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연결되지는 않지만, 동어반복증은 확인강박증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

바닥에 있는 선을 밟지 못하는 선공포증, 사물의 대칭에 집착하는 대칭집착증을 가진 밥(김지휘, 김영철 분)의 경우 다른 증상을 가진 인물들과는 달리 관객들의 공감도가 작을 수도 있다. 공포스러움이 마음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직접 겪지 않는 사람은 이해와 공감이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감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현대사회에서도 더더욱 소외되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톡톡’이 이런 다양성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하루 종일 무언가 계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계산벽을 가진 벵상(김진수, 김대종 분)은 등장인물 중 무척 똑똑해 보인다. 실제로 다른 강박증과는 달리 계산벽을 가진 사람들은 계산벽이 강박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좋은 머리가 준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톡톡’에서 6명이 가진 강박증 중 하나도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은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른 강박증을 가진 관객들은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힐링을 느꼈을 것인데, 아마도 계산벽을 가진 관객들은 벵상이 무대에서 하는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파악하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 혼자 사는 사회, 진지한 관심과 경청이 치료의 시작

‘톡톡’은 의자와 테이블에서 목재의 편안한 느낌을 전달한다. 철재가 무대장치의 주를 이루었다면, 코미디극이나 힐링극이라기 보다는 의학극이나 심리극의 느낌을 더욱 줬을 수도 있다. 배경음악이 신나고 활기차다는 것도 훌륭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우울함이 아닌 밝음 속에서 각자의 강박증을 표현한 점이 주목된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은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시는 혼밥, 혼술의 혼자 사는 세상에서, 개인이 가진 마음의 병, 행동의 병은 진지한 관심과 경청, 공감에서 치료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극 초반에 등장인물들은 한 명 한 명씩 등장한다. 한 명씩 늘어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등장인물끼리의 자기소개이기도 하고, 관객들에 대한 배역소개이기도 한다. 작가와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 각자에 집중하여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만든다. 이는 극 후반에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과도 연결돼 받아들여진다.

병, 치료가 아닐지라도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이 해결될 수 있다. 물론 함께 한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지만, 같이 있어도 함께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2005년에 초연됐던 이야기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 앞에서 이끄는 코미디, 뒤에서 채워주는 교육적 교훈

진지함을 통한 교훈도 좋지만, 코미디를 통한 교훈이 무대 공연에서 진한 여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톡톡’은 보여준다. 진지한 치유와 교훈을 맨 앞에 세우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연극열전은 최근에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치유와 힐링을 주는 작품들을 무대에 많이 올렸는데, ‘톡톡’은 가장 편안하면서도 가장 교육적인 작품으로 생각된다. 코미디가 앞에서 이끌고, 교육적인 교훈이 뒤에서 채워주며 진한 여운으로 남는 점이 인상적이다.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톡톡’ 공연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세상에 나처럼 특이한 사람이 나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참 많다고 느낀 관객도 있을 것이다. ‘톡톡’은 자기 자신의 문제점, 상처와 맞닫들인 시간이다. 평상시의 내가 아닌 나로 잠시 살아보면서, 내 강박증을 치유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6명의 등장인물이 가진 강박증을 한번에 명쾌하게 해결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강박증을 해결할 희망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교육적인 면에서 특히 긍정적이다. 이질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서로 조화시킨 배우들의 연기력은, 교육적인 메시지를 진정성있게 전달하는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 극의 내용과 연기에서 모두, 함께 하는 가치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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