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싣는 게 주목적인 픽업트럭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승용차보다 픽업트럭이 훨씬 많이 팔린다. 레저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데다,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차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에 비해 도로가 좁은 유럽에서는 그동안 픽업트럭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비인기 차종이었던 SUV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유럽 업체들이 픽업트럭 개발에 나섰거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르노는 ‘알라스칸’이라는 픽업을 무대에 올렸다. 남미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지만, 르노가 파리모터쇼에 픽업을 전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북미시장용 픽업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계속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아웃도어 레저가 늘어나면서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안성맞춤’인 차가 코란도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미 2002년에 ‘무쏘 스포츠’로 국내 시장에 픽업트럭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차는 2005년 12월 단종될 때까지 8만8572대가 팔리며 픽업트럭 붐을 일으켰다. 2세대인 액티언 스포츠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1만8851대가 판매됐고, 바통을 물려받은 3세대 코란도 스포츠는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16만4532대가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유로6 기준의 2.2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해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차 구매자의 성향이다. 쌍용차의 조사에 따르면, 코란도 스포츠 구매자들은 경쟁차로 지목되는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란도 스포츠에 있는 넉넉한 적재함과 연비에 유리한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 연간 2만8500원에 불과한 자동차세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과거에 1세대 쏘렌토를 바탕으로 픽업트럭 개발을 진행하다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 무쏘 스포츠부터 코란도 스포츠까지 연이은 히트를 기록하자 다시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현대차 투싼을 베이스로 한 콘셉트 픽업을 양산한다는 소문이 외신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몇 년째 나오는 것이어서 신빙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사 이 차가 양산된다 하더라도 한국에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본래 미국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현대차나 기아차가 뛰어든다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전까지 쌍용차의 독주는 지속될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