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자동차
HOME > 자동차 > 시승기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발행일 : 2016-10-01 06:09:45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트랙 주행은 언제나 설렌다. 특히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있는 차를 해외에서 먼저 만날 때는 더욱 그렇다. 르노의 핫 해치 4총사를 만난 때가 바로 그랬다.

시승은 28일 파리 중북부 데파르트망에 있는 드뢰(Dreux track) 트랙에서 진행됐다. 르노 메간 GT와 메간 RS, 클리오 RS와 클리오 RS 트로피 등 4개 차종이 선수로 등장했다.

시승에 앞서 인스트럭터가 트랙과 차종에 대한 안내를 한 후 “트랙이나 서킷을 달려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유경험자’들이었다.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가장 먼저 만난 차는 메간 GT다. 이 차는 이날 나온 차 중 세 번째로 출력이 높은 205마력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신형 메간 해치백에 얹은 모델이다.

실내는 낯설지 않다. SM6와 QM6에 적용된 대시보드와 거의 닮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EDC(efficient dual clutch) 변속기의 민첩하고 정확한 변속감각이다. 자동변속기보다 훨씬 빠르면서 듀얼 클러치의 울컥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인상적이다.

트랙주행에서 중요한 접지력은 르노가 새롭게 개발한 4컨트롤로 향상시켰다. 이는 급격한 방향전환 때 후륜의 조향각을 조절해 차체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조작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고속 코너링에서는 전륜의 방향 이동을 후륜이 바로 따라오지 못하는데, 4컨트롤이 작동하면 후륜이 전륜의 방향전환에 맞춰 각도를 틀어주므로 주행안정감이 더 높아진다. 현대기아차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지만 각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구동력만 제어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르노 탈리스만에도 4컨트롤이 적용돼 있으나 SM6에는 아쉽게도 탑재되지 않았다.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다음은 200마력의 클리오 RS를 만났다. 출력은 메간 GT보다 5마력 낮지만 차체가 훨씬 작은 덕분에 몸놀림이 한결 가뿐하다. 작은 차체로 인해 통통 튈 줄 알았지만 주행안정감도 상당히 뛰어났다. 자동차 경기에 나가면 아주 재밌을 거 같은데, 실제로 클리오는 원메이크 레이스가 많이 열리는 차종이다.

이 차에 장착된 RS 드라이브는 엔진, EDC변속기, 스티어링 휠, 스로틀 입력, ESC의 변수를 운전자 기분에 따라 조정하게 되면 차분함 vs 발랄함, 도심 vs 자동차 전용도로, 가족 피크닉 vs 연인만의 데이트 등의 모드로 변신한다. 태블릿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알피느 A110, R8 고디니, 닛산 GTR 사운드 등 7가지 사운드를 실제 차량과 거의 비슷하게 클리오 RS에서도 느낄 수 있다. 유럽 현지 판매 가격은 2만5650유로(약 3417만원)다.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메간 RS는 클래스가 달랐다. 앞서 시승한 메간 GT과 달리 구형 메간의 차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다 수동변속기 덕에 트랙 주행의 맛은 완전히 달랐다. 수동변속기를 제대로 다루는 이라면 메간 RS가 훨씬 재밌고, 보통 정도의 운전 실력이라면 EDC를 장착한 모델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직선주로가 짧은 탓에 265마력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메간 RS는 프랑스에서 3만2050유로(약 423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독일 뉘르브리크링에서 7분54초36의 기록을 세운 메간 R.S. 275 트로피-R 한정판 모델은 4만5000유로(약 5994만원)이다.

마지막에 만난 차는 클리오 RS 트로피다. 노란색 차체가 눈길을 끈 이 차는 타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이날 나온 차 중 출력은 두 번째로 높지만 진짜 핫 해치로 불릴 만큼 경주차 수준의 섀시 튜닝을 거친 차이기 때문이다.

[2016 파리모터쇼] 르노의 ‘판타스틱4’를 만나다

기대가 놀라움으로,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바뀐 건 순식간이다. 메간보다 짧은 차체는 코너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했고, 클리오 RS와는 20마력 차이임에도 수치보다 몇 배 강력한 파워가 온몸을 감쌌다. 어설픈 운전 실력으로 공도에 들어섰다가는 차체를 날려버릴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파워가 펄펄 넘쳤다.

시승이 끝나고 다른 기자들에게 “어떤 차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클리오 RS 트로피가 ‘몰표’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았지만 이 정도 반응일 줄은 몰랐다. 그만큼 인상적인 차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차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일단 클리오 일반형 모델은 내년 상반기 중 도입이 확정됐다. 르노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알리 카사이 부사장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긴다. QM3 런칭 당시에도 누구도 그 시장에서 성공하리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서 “이기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가서 게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도전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성능 모델의 경우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예전에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과 인터뷰하던 중에 “르노의 고성능 모델을 들여오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정판이라도 들여오려고 한다”고 답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당분간은 박동훈 사장의 말을 믿어보고 싶다. 단언컨대, 이렇게 작고 뛰어난 성능을 지닌 차는 한국 도로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마니아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