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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부식 문제로 신뢰도 추락…회사 측은 ‘나 몰라라’

발행일 : 2016-07-22 13:35:00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트라제XG 하체. 출처=보배드림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트라제XG 하체. 출처=보배드림>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의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체 부식 문제로 소유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의 상당수에서 차체 부식 문제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부식이 일어나는 차의 대부분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증을 내세운 기간 이후에 문제가 발생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차체 부식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이슈다. 주목할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른 메이커보다 유독 부식 발생이 많다는 점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 신고센터에는 최근 스타렉스와 테라칸, 1세대 투싼 등의 차체 부식 신고가 대거 접수됐다. 특히 테라칸의 경우는 올해 7월에만 50여 건의 신고가 집중돼 장마철을 맞아 부식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식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나와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와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1년 이상 경과 차량에서 평균 83.4건으로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부식이 많았다. 2004년 이전의 현대·기아차는 국산 3사(39.8건)의 2배, 수입차(15.5건)의 5배가 넘는 부식 발생건수를 보였다.

보유기간이 5년 이상인 응답자 전체의 부식 경험비율은 국산차 20.3%, 수입차 3.3%로 국산이 수입의 6배에 달했다. 경험한 부식건수(100대 기준)도 국산차 평균 34.8건, 수입차 4.5건으로 국산이 8배에 육박했다.

2010년 이전 구입 차량들의 전체 부식 건수를 보면, 현대차의 트라제XG가 가장 많고 기아 X-트랙이 2위, 대우 레조가 3위에 올라 있다. 상위권 10위 안에 들어간 차 중 무려 8대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모델들이다.

국산차의 차체 부식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2012년 조선일보의 기사가 큰 이슈가 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현대기아차가 2007년 이전 차량에서 내수와 수출차의 아연도금 강판 비율을 다르게 적용했다”고 폭로하면서 르노삼성차는 부식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사가 나오자마다 현대기아차 홍보실은 다섯 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측은 자료에서 “2007년부터 쏘나타 이상의 모델들에 수출용과 동일한 강판을 적용하고 있고, 2011년부터는 전 차종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달리 말하면 2006년까지는 내수차량과 수출차량이 달랐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회사가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기아차가 밝힌 내용의 진위 여부는 컨슈머인사이트의 통계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자료를 보면 실제로 2007년 이후 펜더, 사이드 실, 도어 등의 부위에서 부식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대신 하체 부식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하체 부위에 대한 방청 처리에 신경을 덜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자료에서 “현대기아차의 내수, 수출 차량이 같다면 수입차보다 5배 더 부식이 많은 차로 지금까지 해외에서 경쟁해 왔다는 얘기”라며 “미국에서는 관통 부식에 대해서 7년 보증까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차가 마음드림 행사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현대차가 마음드림 행사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김충호 전 사장은 재임 당시 “북미 수출형 차는 부식 때문에 아연 도금강판을 더 써왔다"며 "2015년부터는 내수용 차량에도 아연도금을 80% 적용해서 내수용과 수출용 강판 차이가 없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자 홍보실에서는 ”2007년부터 차이가 없는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누구 말이 맞든 현대차와 기아차의 소유주들은 지금도 부식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2002년식 테라칸을 소유한 양 모 씨는 “최근 일반도로에서 시속 60㎞로 달리다가 차체가 주저 않았고, 정비업체에서 확인해보니 뒷바퀴 차축이 부식돼 삭아 있었다”면서 “현대차 본사 관계자가 사진만 찍어가고 조치해줄 게 없다고 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생산하는 차에 언더커버 장착 비율이 늘고 있다. 그러나 내수용 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는 여전히 방청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전문가는 “방청처리를 하지 않고 언더커버를 장착할 경우 하부 세차 때 염화칼슘을 제거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 “부식을 막기 위해서는 방청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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