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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쏘렌토 결함으로 포드-파이어스톤 전철 밟나

발행일 : 2016-07-21 14:25:00
전복사태로 타이어 대량 리콜을 실시했던 포드 2세대 익스플로러. <전복사태로 타이어 대량 리콜을 실시했던 포드 2세대 익스플로러.>

기아자동차가 판매 중인 올 뉴 쏘렌토의 타이어 결함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회사 측의 대응 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기아 쏘렌토의 타이어 결함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지난 19일 최초로 내보낸 바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취재 당시 현대기아 홍보실 측은 “올 뉴 쏘렌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뉴 쏘렌토는 출고 직후부터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 구매자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지난해 불거진 이른 바 ‘녹 시트’ 사건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에도 기아차는 늑장 대응을 하다가 구매자들로부터 항의가 잇따르자 녹이 슨 부위에 방청 윤할유를 발라주고 사건을 덮으려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타이어 결함의 경우는 사건이 더 심각하다. 심할 경우 타이어 파손으로 주행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대응 태도는 ‘포드-파이어스톤’ 리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자동차 역사상 최악의 리콜 거부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일본 브리지스톤이 인수한 파이어스톤은 당시 2세대 포드 익스플로러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업체였는데, 1994년부터 차체 전복사고를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포드와 파이어스톤은 사건을 쉬쉬하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베네수엘라에 있는 한 자동차공장 직원이 동료로부터 파이어스톤이 제조한 타이어의 문제가 많아 포드자동차에서 타이어를 무료로 교환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평소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봤던 미국의 자동차 전문가 케인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런 사실을 알렸다.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파이어스톤 타이어 결함으로 사고가 잇따르던 시기였다. 그러나 포드와 파이어스톤은 사고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전까지는 어떤 보상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케인 씨는 인터넷을 뒤져 베네수엘라와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타이어 결함 사고가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고, 이 내용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알렸다. NHTSA는 조사를 거쳐 포드와 파이어스톤에 관련 타이어를 모두 리콜하라고 명령했다.

파이어스톤은 2000년 8월 9일, 미국에서 판매한 650만 개의 타이어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당일 회사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포드와 파이어스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리콜을 거부했다.

그러자 케인 씨는 자신의 연구소 사이트에 이 사실을 올렸고, 평소 8만~9만 명이던 사이트 방문객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로 인해 하루 690만 명이 접속해 포드와 파이어스톤을 비난했다.

결국 파이어스톤은 일본과 유럽에서 판매한 타이어도 무상으로 교체해준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타이어업체의 결함으로 결론지어지던 상황은 포드자동차가 규정보다 적은 공기압을 주입하라고 한 문서가 발견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그러자 파이어스톤은 포드 익스플로러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미 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파이어스톤은 95년간에 걸친 포드와 협력관계를 청산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포드측은 파이어스톤 타이어 1300만개를 교체할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양사의 감정대립 속에 타이어 결함 관련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240명으로 늘어났고, 파이어스톤은 3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포드는 시장 점유율 폭락이라는 후폭풍을 겪었다.

현재 기아 쏘렌토에서 나타나는 타이어 결함 문제는 정상적인 마모가 아닌, 타이어 접지면이 뜯겨나가는 현상이다. 이는 정상적인 주행상태에서 타이어 접지면이 분리돼 전복사고를 일으킨 포드 익스플로러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유사하다.

기아 올 뉴 쏘렌토. <기아 올 뉴 쏘렌토.>

더 큰 문제는 쏘렌토의 경우 미쉐린뿐 아니라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에서도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본지의 19일자 보도 이후 한국타이어 윤성하 팀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많은 사례를 취합해본 결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서도 타이어 뜯김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드 익스플로러 사고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경우 타이어의 과열 및 트레드(타이어 접지부분)의 분리 현상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포드와 파이어스톤이 이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아차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미쉐린 측에서는 제품 특성상 타이어가 닳아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즉, 정상적인 마모이며, 마모가 될수록 그루부가 넓게 나타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일부 구매자들은 “4만㎞ 가까이 타도록 타이어가 뭉개지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타야 정상적인 상태가 된다는 것이냐”고 분개하고 있다. 21일 현재 미쉐린 코리아 홈페이지는 임시 페이지만 운영되고 있다.

기아차는 과거에도 1세대 쏘렌토의 변속기 문제를 지적받았을 때 “운전자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타이어 결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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