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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D 3편] 드리프트 최강자는 누구?

발행일 : 2014-08-29 15:50:56
[포뮬러 D 3편] 드리프트 최강자는 누구?

-Day 03- 꽉 찬 스탠드, 그리고 종이비행기 대회

7월 19일. 구름 낀 하늘. 쌀쌀한 토요일_

대회 마지막 날이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다.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올 거라고 했다. ‘드리프트 챔피언을 가리는 날에 비라니…’ 걱정스런 맘으로 문을 나섰다. 공기가 부쩍 쌀쌀해졌다. 바람이 차다.

오전 9시 45분. 에버그린 스피드웨이에 도착할 때쯤 도로 위엔 독특하게 튜닝한 자동차들로 가득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뻔하다. 서킷이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이미 수많은 튜닝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단순히 경기만 보러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대회에 출전하는 차라고 보기엔 어딘가 조금씩 부족해 보였다.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분명 어제는 텅 비어있던 공간에 날렵한 튜닝카들이 ‘각 잡고’ 세워져 있었다. 대충 봐도 50대 이상이다. 밖에서 대기하는 차가 더 많았으니 이곳엔 족히 100대 이상의 튜닝카가 모여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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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관중석은 아직 텅 빈 상태다. 선수들은 이미 한 데 모여서 대회 관계자들과 브리핑 중이었다. 연습은 11시부터 시작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트리플 악셀, 박수와 환호성...”

연습이 시작될 무렵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하나둘씩 스탠드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관중석 의자가 불편해서인지 그 위에 설치하는 접이식 의자를 들고 온 사람들이 꽤 많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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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경기를 트랙 위에서 본 터라 관중석에서 본 연습 장면은 너무나 새로웠다. 박진감 넘쳤다. 쉴 새 없이 차가 두 대씩 출발, 공격과 수비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경쟁을 벌인다. 슬금슬금 할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힙합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젊은 관중들은 환호했다. 32강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선수와 팬 모두 에너지가 느껴진다. 경주차들은 겉모양을 화려하게 치장, 저마다 개성 뽐내는 데 집중했다. 요란한 굉음을 내거나 총을 쏘는 듯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멀리서 봐도 누군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스폰서들은 다양하다. 타이어와 자동차 회사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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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관중석은 앉는 곳에 따라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거나, 특정 코너만 제대로 보이는 등 다양한 매력이 있다. 자리는 따로 지정되지 않고 먼저 와서 앉는 사람이 임자다. 혹은 트랙 철조망 앞에 서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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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자 삶인 자동차”

트랙 위에서 연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반대편 주차장에선 또 다른 볼거리가 생겼다. 아침에 하나 둘씩 줄지어 들어오던 튜닝카들이다. 연식을 가늠하기 어려운 빈티지카(?)부터 혼다 S2000, 도요타 AE86, 렉서스 IS-F, BMW M3, 닛산 GT-R 등 다양한 차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론, 순정 상태의 차는 없다. 엔진 흡-배기 튜닝은 기본, 고용량 터보와 니트로까지 달아 출력을 높이고, 서스펜션도 레이싱 타입으로 바꿨다. 에어로파츠도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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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참가자 중엔 카레이싱을 경험한 사람들도 꽤 있었고, 포뮬러 드리프트 일정이 끝난 뒤 서킷에서 주최하는 ‘에버그린 드리프트’ 대회에 참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경력이나 실력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규모나 열정은 프로 못지 않았다. 이들에겐 자동차가 문화이자 삶의 일부다.

“토너먼트”

오후 12시 30분부터 32강 토너먼트가 시작됐다. 메인스탠드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몰렸는지 신기하다. 서킷 안쪽 각 팀별 피트도 둘러봤다. 크루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차 곳곳을 꼼꼼하게 살피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결전에 임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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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피트도 일반인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개방된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차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선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단지 차를 운전할 수 없을 뿐, 경기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할 수 있으니 진정 체험형 모터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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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반적인 서킷과 달리 대형 트레일러가 이동식 피트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트레일러 상단엔 차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아래는 차를 고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지붕에서부터 가변식 천막을 설치할 수 있어서 트럭 주변은 차를 정비하는 공간이면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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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스타트 라인에 앞서 몸을 푸는 자동차(?)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타이어 온도가 승부의 관건인 만큼 미리 예열하는 단계다. 멋진 드리프팅을 보며 환호하기보단 준비하는 과정을 천천히 살필 수 있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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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보다 가까이 보기 위해 트랙 안으로 들어갔다. 미디어의 특권이지만 아무 때나, 아무 데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피셜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안전 때문이다. 특히 트랙을 가로지를 땐 컨트롤타워에서 허가가 떨어져야 이동할 수 있다.

[포뮬러 D 3편] 드리프트 최강자는 누구?

토너먼트가 이어지며 사람들의 환호성이 커지기 시작한다. 전날 예선이나 연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뿜어내는 연기의 양이나 엔진 소리 모두 달랐다. 정해진 코스를 멋지게 돌아나가면 사람들은 열광했다. 박수와 함성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답한다. 장내 아나운서도 입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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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레이스. 종이비행기 날리기”

약간의 사고가 있어서 토너먼트 심사가 길어지던 중 관중석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나왔다. 누군가 날린 종이비행기가 수십 미터를 날아 안전 펜스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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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환호성이 들린다.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또 날아온다. 던지자마자 추락하는 비행기도 꽤 많았지만, 점점 멀리 날아가는 고성능(?) 비행기가 늘고 있었다. 심지어 트랙 안까지 날아온 것도 있었다. 오피셜이 재빨리 뛰어가 비행기를 집으면서 더 이상 던지지 말라는 의미로 비행기를 찢어버리자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사실 이 행동이 사람들의 비행기 제조 본능을 일깨웠다.

이후에도 경기가 계속 지연되자 관중들의 비행기 날리기는 갑자기 대형 이벤트로 확산됐다. 현지 기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여기 온 사람들 다들 정신 나가서 그렇다”고 농담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누가, 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쟁이 꽤나 치열했다. 결국 장내 아나운서가 사태를 수습했다. “파이널이 곧 시작되니 다들 진정하고 그만 날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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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접전, 선두권 순위는 그대로…”

32명의 선수로 출발한 토너먼트가 열기를 더해가며 네 명의 선수가 최종 우승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준결승 1조에선 시즌 5위 다린 맥나마라(팔켄타이어, 닛산 S14) 선수와 1위 크리스 포스버그(한국타이어, 닛산 370z)가 맞붙었다. 반대 조에선 시즌 8위 딘 키어니(오라클 라이팅, 닷지 바이퍼 SRT)와 2위 프레드릭 아스보(한국타이어, 도요타 싸이언 tC)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포뮬러 D 3편] 드리프트 최강자는 누구?

지난해 에버그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포스버그. 2위는 마이클 에사, 3위는 아스보였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포스버그와 아스보가 나란히 결승에 올라 지난 4라운의 명승부를 다시 보여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운명의 신은 아일랜드 선수들에게 미소를 건넸다. 순위는 1위 맥나마라, 2위 키어니, 3위 포스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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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포인트는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포스버그와 아스보가 각각 1, 2위를 달리는 가운데 ‘타이어 컵’에서도 한국타이어가 압도적 점수 차로 2위 닛토타이어와의 간격을 벌렸다.

시애틀(미국)=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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