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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It's ‘Up!’ to you, 폭스바겐 업!(up!)

발행일 : 2011-11-17 09:59:26

올라갈 회사는 올라가나. 업!이 바로 그 열쇠이다. 업!은 폭스바겐 블루모션 기술의 정점에 선 모델이기도 하다.

글, 사진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로마는 참 복잡하고 우리 기준의 경차도 많았다. 사이즈나 기준이 좀 다르긴 하지만 도쿄 시내보다도 로마에 더 경차가 많지 않나 싶다. 지금껏 가본 유럽의 도시 중에서 스마트 포투를 가장 많이 보기도 했다. 신차 런칭 장소는 차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업!을 선보이기 가장 좋은 장소 같다. 거기다 CO2 배출량이 79g/km에 불과한 천연가스 버전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천연가스 차의 판매가 가장 많은 곳이다.

업!의 연간 판매는 140만대를 목표로 한다.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단 140만대이다. 업!이 포진한 시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3도어만 나오는 게 아니다. 벌써 5도어 모델의 출시가 확정됐고 투어란이나 골프 플러스 같은 모델을 보면 업! 베이스의 가지치기 모델이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사진보다 실물이 좋은 차가 바로 업!이다. 좋은 디자인은 겉에서 보기에 급 이상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생각하는데, 업!이 바로 그런 케이스이다. 업!은 사진으로도 괜찮지만 실제로 보면 더 매력적이고 폭스바겐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이 사이즈의 차에서 흔히 보이는 앙증맞음 같은 건 상대적으로 덜하다. 작은 차지만 전형적인 폭스바겐의 디자인이다.

폭스바겐은 작지만 큰 차로 보이고 싶었나 보다. 업!의 차체는 작지만 보디의 디테일은 큼직큼직하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엠블렘을 키운 것도 이런 의도가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유리의 면적이 큰 것도 시원해 보인다. 특히 리어 해치는 전체가 유리로 된 것처럼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가 있다. 업!은 앞보다 뒤가 더 괜찮고 색상은 하얀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앞서 말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좁고 복잡한 유럽에서 업!은 안성맞춤의 사이즈이다. 전장×전폭×전고는 3,540×1,641×1,478mm, 휠베이스는 2,420mm로 겉에서 보는 것만큼 컴팩트하다. 반면 동급에서는 가장 큰 수준이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동급의 모델과 비교할 때 업!은 사이즈에서도 당당하다. 거기다 2,420mm의 휠베이스는 동급에서 가장 길다. 이 휠베이스는 전장이 430mm나 긴 폴로에 비해 50mm가 짧을 뿐이다. 결국 오버행을 최대한 줄였다는 의미이다. 옆에서 보면 리어 오버행이 스마트를 연상시킬 만큼 짧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처음 탔던 블랙 업!은 15인치 휠에 185/55R 사이즈의 타이어를 달았다. 멀티 스포크 휠은 중형차에 더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업!에도 나름 잘 어울린다. 라인업에서 가장 차체가 작지만 휠에 박힌 엠블렘은 폭스바겐 중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알로이 휠은 최대 16인치까지 고를 수 있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콘티프리미엄콘택트2로 폭스바겐답게 차급 이상의 좋은 타이어를 달았다.

업!은 엔트리급인 테이크 업!과 편의성을 보강한 무브 업!, 그리고 상위 트림인 하이 업! 3가지로 나온다. 여기에 하이 업!을 더욱 고급스럽게 꾸민 블랙과 화이트 버전도 추가돼 총 5가지 버전이 출시된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겉이 사진보다 낫다면 안은 기대를 훨씬 상회한다. 요즘은 기함 급 정도를 제외한다면 실내 소재의 다운그레이드가 트렌드인데 업!급의 소형차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업!의 실내는 기대보다 좋다. 더욱이 차량 가격을 감안한다면 이 이상은 어려워 보인다. 실내를 찬찬히 뜯어보면 싼 티가 나지 않게 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정도면 센터페시아 아래쪽의 소재도 만족할 만하다. 실내의 색상은 빨간색이 가장 좋아 보인다.

실내는 간결한 디자인이다. 상단에 탈착 가능한 5인치 모니터가 있고 바로 아래에 공조 장치와 오디오가 배치돼 있다. 공조 장치와 오디오 패널에는 피아노 블랙 트림을 적용하는 성의를 보였고 고급 트림에는 시트에 열선도 있다. 공조 장치나 오디오나 사용법을 금세 익힐 수 있는 간결한 디자인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가장 큰 특징인 포터블 내비게이션은 독일 회사인 나비곤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업!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모니터는 간단하게 탈착할 수 있어 운전자가 보행자가 됐을 때도 갖고 다닐 수 있다.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는 1시간 반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애프터마켓 제품과 비슷하지만 기능이 훨씬 많고 차량과 완벽히 연동되는 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메뉴는 기본적으로 카 인포와 미디어, 내비게이션, 폰 4가지로 구성된다. 카 인포로 들어가면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립 컴퓨터, 연비 운전 가이드, 그리고 회전수와 냉각수 온도 등의 정보가 뜬다. 트립 컴퓨터만 해도 상위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메뉴가 모두 있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급의 차에서는 메리트가 있는 기능들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작은 수납함과 컵홀더가 마련된다. 공간의 문제인지 컵홀더는 하나만 있다. 대신 도어 포켓에 병을 수납할 수 있다. 그리고 선글라스 수납 공간은 글로브 박스 안으로 옮겨갔다. 운전석 쪽에 윈도우 스위치가 하나만 있는 것은 불편하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그러니까 동반자석 유리를 열기 위해서는 손을 쭉 뻗어야 한다. 팔 짧은 사람은 안 닿을 수도 있다. 원가 절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리도 원터치가 아니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시트는 당연히 모두 수동 조작이며 폭스바겐답게 몸과의 밀착성이 좋다. 화이트 업!의 경우 시트백에 로고도 새겨지며 테두리의 하얀색 바늘땀이 감각적이다. 고급 트림 모델의 경우 시트 내장 사이드 에어백도 있다. 유럽 성인의 평균에 맞게 개발했다는 설명처럼 시트에 앉았을 때는 작은 차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공간이 충분하고 시야도 좋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계기판도 가운데 커다란 속도계가 배치된 간단한 디자인이다. 속도계에 비해 타코미터의 크기가 많이 작은 게 특징이며 작은 액정에도 트립 컴퓨터의 정보가 표시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버튼이 전혀 없고 길이 조절이 지원되지 않는 게 아쉬운 점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2열 승하차를 위해서는 1열 시트의 레버 한 번만 젖히면 된다. 2열 역시 생각보다 넓다. 무릎이 시트에 닿긴 하지만 겉에서 보는 것보다는 공간이 충분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251리터에 2열 시트를 젖히면 951리터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역시 생각보다 크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엔진은 새로 개발된 999cc 3기통 가솔린(EA211)이다. 이 엔진은 연비를 중시한 60마력과 출력을 높인 75마력 두 가지로 나온다. 블루모션 기술의 60마력 버전은 공인 연비가 23.8km/L에 달한다. 68마력의 천연가스 버전은 CO2 배출량이 79g/km으로 양산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속기는 5단 수동(MQ100)과 5단 자동(SQ100)이 준비되고 무게는 각각 25kg, 30kg이다. 차량 가격 상승 때문에 당장 디젤 모델의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시승차는 역시 최고급 트림에 엔진도 힘 센 75마력이다. 사실 75마력 자체가 넉넉한 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경쾌하게 움직인다. 시내에서는 크게 힘 부족을 느낄 수 없고 교통 흐름을 따라가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흐름에 맞춰 달릴 수 있고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추월도 용이하다. 3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더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75마력 1리터 3기통 엔진은 배기량이 낮다보니 회전수를 높여야 보다 원활한 동력 성능을 얻을 수 있다. 2천 rpm 전까지는 토크가 다소 부족하지만 이 이상의 회전수에서는 활기차다. 그리고 성능을 떠나 인상적인 것은 엔진의 음색과 소리이다. 작은 엔진으로서는 음색이 베이스 톤이다. 낮게 깔린다. 그리고 고회전에서도 소리가 좋다. 만약 엔진 소리가 찢어진다면 부담이 돼서 달릴 수가 없다. 업!의 3기통은 그렇지 않다. 회전수를 높게 쓰면서 달려도 부담이 없다. 거기다 엔진도 조용하다. 보닛 안쪽에는 방음재도 없는데 가속 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볼륨이 의외로 적다. 가속 시 페달로 전해지는 진동은 조금 있는 편이다. 새 3기통 엔진은 밸런스 샤프트 없이도 좋은 밸런스를 구현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1~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46, 90, 135km/h이다. 1리터 3기통답지 않게 초반의 기어비가 평범하다. 실질적인 최고 속도는 4단에서 나온다고 봐야겠다. 4단 6천 rpm에서 170km/h까지 가속되고 이 이상은 도로 사정 때문에 힘들었다. 시승 코스로 잡혀 있는 고속도로는 모두 2차선이었는데 1리터 엔진의 차로 170km/h을 냈다는 자체가 용한 거다. 4단까지의 느낌을 보면 5단에서 더 가속될 것 같지만 제원상 최고 속도는 171km/h이다. 75마력 버전을 타다가 60마력 버전을 운전하면 확실히 힘에서 차이를 보인다. 속도가 높지 않아도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하체는 통상적인 폭스바겐의 그것에 비해서는 말랑한 편이고 롤도 좀 있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도 노면을 붙잡고 잘도 달린다. 거기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이 사이즈의 경차로 더 이상 고속 안정성이 좋을 수 있을까 싶다. 보디 강성은 19,800 Nm에 달한다. 다른 폭스바겐이 그렇듯 동급 최고 수준이며 업!의 차체와 휠베이스를 고려할 때 ‘오버 스펙’으로 보일 정도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업!이 내세울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CEB(City Emergency Braking)가 있다. CEB는 30km/h 이하 속도에서 충돌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력을 발휘해 차를 멈춰 세운다. 사실 CEB가 새로운 기술도 아니고 볼보에서 여러 번 경험했지만 업! 급 사이즈의 자동차에 적용되기 힘든 안전 장비이다. 업!이 동급에선 처음이고 당분간도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나올 신차에도 CEB를 적용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이유, 업!

업!을 시승하면서 폭스바겐이 차를 참 잘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다. 잘 나가는 회사는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업!같은 소형차가 이렇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기가 힘들다. 가장 작은 차지만 전형적인 폭스바겐인 셈이다. 업!은 폭스바겐이 업!하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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